잡문/기타 잡문2018. 3. 17. 23:57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서 던진 질문을 다시 생각해본다. "선한 목적이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는가?" 그는 이 소설에 자기가 찾은 대답을 남겨두었지만, 처음 읽었을 때 나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작가의 생각을 뚜렷이 인지한다. "아무리 선한 목적도 악한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1. 유시민 <청춘의 독서>, (주)웅진씽크빅, 2017

선한 목적, 악한 수단이라는 말은 언뜻 들었을 땐 너무나 뻔한 것처럼 들리긴 하는데, 막상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시민이 정리한 그 말이 진리라고 가정했을 때, '선하다'라는 말과 '악하다'라는 것은 각각 어떤 의미를 갖는가?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아래와 같이 되어 있다. 

선하다 [형용사] 올바르고 착하여 도덕적 기준에 맞는 데가 있다. 
악하다 [형용사] 인간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 나쁘다. 

이 개념에 근거한다면 선함과 악함을 나누는 기준이라고 하는 것은 '도덕적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도덕적 기준이라고 하는 건 흔히 말해 명제로 정의된 법적 기준과는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 통용되는 것이고, 여기서 전제가 되는 건 개인이 아닌 사회이다. 사회가 어떠한 모습을 취하고 있냐에 따라 선함과 악함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이 말을 조금 변용해서 이해해보고 싶다. "아무리 사회적 기준에 맞는 목적도 사회적 기준의 목적에 맞지 않는 수단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재밌는 건 용어가 살짝 변하니 무척 당연한 말처럼 들려서, 굳이 이런 말이 필요한가? 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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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