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1. 31. 23:29

홍콩과 바로 맞닿아 있는 도시 선전은 그 모습이 분당 판교와 유사하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길쭉길쭉하고 높게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그 건물에서 바다가 보여서 '꽤 풍경이 멋지구나'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바로 옆에서 새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풍경은 곧 가려질 것이 뻔하다. 20층이 훌쩍 넘는 사무실에서 유리창을 바라보며 '저기가 바다인가? 근데 중국은 워낙 넓은 땅이니까, 바다가 아니라 사실은 호수일지도 모르지. 혹은 그냥 연못일지도 몰라. 중국이니까.'라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그곳은 바다였다. 멀리 보이는 땅은 홍콩이었다.

원래 선전은 홍콩을 흡수하기 위해 중국에서 만들기 시작한 도시였다고 한다. 원래 큰 도시가 있던 곳도 아니었고, 어촌 마을에 불과했었는데, 지금은 중국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큰 도시가 되었고,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도시 1순위에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유명한 중국 기업들이 이곳에 몰려 있고, 텐센트처럼 유명한 기업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겉으로 바라보는 면면은 한국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차들이 지나가는 도로에서만 보면 오히려 한국보다 나아 보이는 면도 있다. 물론 건물 안에 들어가서 사소한 부분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조금 다르긴 하다. 건물 인테리어에서 미묘하게 조악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하고, 음식점이 어딘지 세련되어 보이지 않는다거나,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일터가 조금은 열악해보이기도 한다. 막상 이런 부분들이 정말 중요한 거긴 할까? 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말은 잘 통하지 않는다. 비즈니스로 만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영어를 하지 못하는데 음식점, 공항, 호텔, 마사지샵, 술집 왠만한 곳들 대부분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그곳 사람들은 영어라는 걸 굳이 써야하냐는 투인데, 언제 한 번은 택시를 타서 영어로 길을 물어보다가 답답하다는 이유로 길가에서 나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어처구니 없고 화가 났음에도 뭐라 하지도 못하고 내쫓긴 기억이 있다. 중국에선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라, 중국어가 공용어이다. 영어를 안쓰기로 유명한 프랑스보다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전과 같이 외국인이 자주 왕래하고, 영어를 잘 쓰기로 유명한 홍콩 옆의 도시에서조차 영어는 잘 안쓰인다. 이게 중국다운 걸까.

그래도 회사에서 만나 일하는 중국 사람들은 모두 다 영어를 잘한다. 중국 특유의 발음이 묻어나긴 하지만, 적어도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경청할 수 있다. 중국에서 일하고, 중국의 음식을 먹으며, 중국 특유의 문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다들 외국에서 공부하고 아는 것도 많은 인재들이다. 특히나 이곳 선전에는 여러 중국 기업들이 모여 있어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다보니 서로 오고가며 익히는 것이 많다. 의사소통은 무척 빠르다. 위챗이라는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메시지앱을 쓰는데, 대부분 이 위챗을 사용하다보니 회사업무라거나 다른 회사간의 의사소통도 위챗으로 한다. 한 위챗 그룹방 안에 다른 회사사람들이 모여서 바로바로 비즈니스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 속도가 놀랍도록 신속하다.

사람들은 젊고, 생각은 깨여있는데, 아직 나라 안에 개선할 여지가 많아서 기회도 많다. 중국 선전의 느낌은 이전에 갔었던 사천이나 시안과도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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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