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1. 27. 23:51
집 뒷베란다에 물이 잔뜩 고였다. 할머니가 물이 차올라서 부엌으로 물이 넘어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발견했다. 김치통으로 3통 분량의 물을 빼냈다. 바께스로 박박 물을 긁어올려서 겨우 빼냈다. 

물을 다 빼내고 나서야 물이 어디서 올라오는지 보였다. 세탁기가 연결되어 아랫집 하수구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물이 역류되고 있었다. 물은 살금살금 기어올라오고 있었고, 찬 날씨 탓인지 아니면 원래 물이란 게 찬 거라 그런지 찬 기운이 뒷베란다에 가득했다. 

빌라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나섰다. 베란다에서 물이 역류해서 문제가 되었다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1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았던 이웃들의 얼굴을 보았다. 벨을 누르고 나서 사람들이 이렇게나 나오길 꺼려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색한 표정, 당황한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어딘지 착해보이는 얼굴을 한 사람들이었다. 

102호에 계신 할머니가 우리집에 찾아왔다. 우리 집 할머니와 사이가 좋으신 분이었다. 나름 우리 빌라에서는 마당발이었다. 동네 이웃들의 얼굴을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 마당발이 아니어도 일단 마당발이라고 치자. 

그런 뒤에는 이 사람 저 사람이 집에 들락날락 하면서 소동을 피웠다. 사실 왜 물이 그렇게나 역류했는지 결국 알지도 못했다. 업체를 부르자니 요며칠 사이에 하도 물난리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여기저기 불려가느라 찾아올 여력도 없다카더라. 다른 집을 가봐도 베란다에서 물이 잔뜩 고인집은 없었다. 빌라 전체에서 오로지 우리 집만 문제였다. 신기한 일이다. 

하루 내내 별 소득 없이 시간만 버리고 낸 결론은 뭐, 날씨가 다시 따뜻해질 테니 좀 기다려보자 정도? 빌라 전체에 세탁기는 내일까지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으니, 베란다에서 물이 역류하는 일은 일단 막아둔 셈이다. 

주말 사이 별 희안한 일이 다 있었다 싶다.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또 불안  (0) 2018.01.29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  (0) 2018.01.28
여행하는 게 좋은 이유  (0) 2018.01.25
아버지의 직장  (0) 2018.01.24
이미지  (0) 2018.01.22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