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1. 22. 23:50
어떤 이미지가 있다. 

후후 소리내어 불면서 커피를 마시는 이미지.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이 올라서 기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나의 모습. 어떤 맛난 음식을 소리내어 먹으면서 그 풍미에 푹 빠져드는 이미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지. 그리고 저녁에 혼자 술을 마시면서 서글퍼하는 이미지. 

그런 이미지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만들려고, 내가 그 이미지가 되곤 한다. 그러고나면 한참을 후회한다. 막상 내가 그 자리에 서보니 별 거 없구나, 깨닫는다. 혹은, 내가 애초에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며 행동을 개시했다는 것 자체를 잊어먹는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내가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향해서 움직이기 전에 지금 내가 취하고 있는 어떤 행동이나 자세 혹은 나의 상황 같은 것이 과거의 내가 원하던 나의 이미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내가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라고 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나의 이미지를 동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한다. 나 자신의 시야에서는 한 없이 초라한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의 시선에선 목적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었을 때, 내 삶에서 어떤 궤적이 크게 바뀌었을 때 지금의 난 그 때의 나로서는 감히 가질 수 없는 과거의 것이 될 것이다. 그래, 그 땐 그랬었지라고 외치면서, 혹은 한없이 과거를 부끄러워 하면서 과거를 그리워할 것 같다. 

라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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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