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1. 21. 23:42
요즘 네이버에 가면 희안한 서비스들을 많이 시도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오디오클립'이라는 서비스다. 특별한 건 아니다. 팟캐스트의 일종이다. 일종의 온라인 라디오인데, 기존의 팟캐스트, 팟빵, 팟티 같은 서비스들은 플랫폼만 다를 뿐이지 인기있는 콘텐츠도 비슷비슷하고, 서비스의 방식도 비슷비슷하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이 다른 건 몇 가지 미묘한 포인트들이다. 첫 번째는 카테고리다. 기존의 팟캐스트에서 가장 질리는 부분은 정치 팟캐스트가 너무 많다는 것. 사람들이 많이 듣는 팟캐스트를 찾고 싶어서 인기순위를 찾다보면 놀랄 정도로 사람들이 정치에 미쳐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뭔 놈의 팟캐스트가 1위부터 100위 중에 대략 잡아 90%가 정치 팟캐스트란 말인가? 다른 종류의 팟캐스트를 듣고 싶어도 이미 순위권에 올라와 있는 건 모두 다 정치 팟캐스트라 제대로 된 콘텐츠를 찾을 수 없다. 내가 듣고 싶은 건 경제, 문화, 영화, 인문, 그리고 좀 잡스러운 다른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다르다. 철저히 정치 카테고리를 배제했다. 나와 같은 니즈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완벽하게 이해했다. 유명 팟캐스트 콘텐츠 '지대넓얕'이 2017년 8월 20일에 방송을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0위권 안에 있으면서 사람들이 듣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원한다. 그리고 그 콘텐츠의 장르는 더 다양하길 바란다. 정치 얘기는 좀 적당히 하자. 사람은 정치 얘기만 들으며 살 순 없지 않은가. 

두 번째 포인트는 콘텐츠의 시간이다. 대부분의 팟캐스트 콘텐츠들은 약 1시간 녹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를 다 듣는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회사에 출퇴근 하는 시간이 그 정도라고 한다면 하나를 다 들으면서 이동할 수 있겠지만,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 콘텐츠가 정말 괜찮은 콘텐츠인지 다 알기 위해선 그 콘텐츠를 다 듣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런데 네이버 '오디오클립'은 다르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10분 혹은 20분이다. 엄청나게 짧다. 아예 그 정도 시간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라고 생산자들에게 규정해놓은 것 같은데, 그 덕분에 하나를 듣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는다. 

10분에서 20분 정도의 시간만 주어지다보니, 방송 콘텐츠의 질도 올라갔다. 방송에 나온 사람들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예전 팟캐스트의 1시간짜리 방송도 언뜻 들어보면 20분 짜리 잡담과 40분짜리 본론이 대부분이었다. 듣기도 싫은 잡담과 더 듣기 싫은 광고가 넘쳐난다. 이런 부분들이 '오디오클립'에선 싹 제거 되었다. 

놀라운 포인트는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UX이다. 고작 20분짜리 방송을 1.5배속 혹은 2배속으로 들을 수 있다. 콘텐츠를 빠르게 소모하고 싶어하는 요즘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덕분에 1시간 안에 10개 정도의 콘텐츠를 들어볼 수 있다. 책, 경제, 문화, 과학, 영화, 예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요점만 잡아서 빠르게 섭렵할 수 있다. 이런 걸 만들겠다고 생각한 기획력이 놀랍다. 

여기까지 쓰고나니 왠지 네이버 '오디오클립' 광고 같다. 뭐,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좋은 앱을 나만 알고 있는 건 좀 아깝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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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