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2. 23. 23:16
성공하지 못할 일에 대해서 
성공의 가망이 없는 일에서도 연습을 계속하라. 다른 면에서는 연습 부족으로 민첩하지 못한 왼손도 고삐를 잡는 일에서는 연습이 되었기 때문에 오른손보다도 더 확고히 쥔다. 
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주)문예출판사, 1983

성공하지 못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편하게 한다. 마치 친구에게 밥을 살 때 그 친구가 다시 내게 밥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혹은 회사 동료 중에 누군가 결혼을 할 때 그의 결혼식에 가서 축의금을 내긴 하지만, 결국 그가 내게 돈을 다시 돌려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축의금을 내는 것과도 비슷한 기분이다. 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인터넷 게임을 하는데, 그 게임이 내 삶에 별 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열심히 게임을 즐기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거래라고 하는 건 언제나 5:5로 흘러갈 것 같지만, 거래는 항상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흘러간다. 아니, 내가 그렇게 미묘하게 조정을 한다. 친구들과 함께 피자를 먹다가 마지막 한 조각이 남으면 그걸 누가 먹는가 하는 문제로 1초라도 고민을 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에도 각자 맡은 역할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내가 손해보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래서 쿨한 척을 하며 나는 남들에게 더 잘한다, 라는 인상을 심어주고자 조금 손해보는 방향을 선택한다. 만일 친구들이 그걸 쿨하다고 인정해준다면, 그건 내게 손해가 아니다. 그것마저도 내게는 유리한 방향이 아닐까? 인간관계에서 마치 손해보는 척하며 항상 이득을 챙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타적인 행동이 결국 가장 이기적인 행동이 되곤 한다. 

내 삶에 대해서도 언제나 손해보지 않으려 한다. 내가 가진 노력에 대해서도 언제나 5:5로 흘러가길 바란다. 아니, 사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길 바란다. 손해보지 않으려고 하고, 실패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근데 어디 삶이 나를 그렇게 놔두는가. 인간관계보다도 더 다이나믹하게 내게 거래를 시도한다. 그러면 나는 쿨한 척 하며 실제 내 기대보다도 더 노력한다는 인상을 내 자신에게 심어주고자 노력한다. '뭐, 어차피 잘 안돼도 괜찮아. 그냥 즐기는 거야.' 근데 웃기는 건 그렇게 손해보는 척하며 항상 조금이라도 이득을 챙기고자 한다. 인생은 모두 점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외치며, 내가 한심하게 시간을 보냈던 일이라던가, 혹은 시간 낭비했던 많은 것들이 실은 내 인생에서 쿨하면서도 쩌는 일이었다고 외친다. 

성공하지 못할 일에 대해서 노력하지 못하는 건, 그런 쿨한 태도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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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