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2. 22. 23:54
그 많은 금은 어디로 갔을까? 
내가 배웠던 금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은 이런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금은 유럽에 있었다. 프랑스와 영국은 막대한 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러한 금은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쌓아온 막대한 부였다. 물론 이런 부는 오래 가지 못했다. 나치는 유럽 전체에 이르는 커다란 전쟁을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금은 미국과 캐나다 혹은 스위스나 스웨덴과 같은 중립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가장 많은 금을 갖게 된 것은 미국이었다. 이렇게 미국에 들어간 금은 이동할 기색없이 미국의 부를 상징하게 되었다. 금본위제가 실시되었고, 미국 달러는 금과 같은 기준으로 가치를 갖게 되었다. 물론 어느 순간 금본위제는 박살이 났고, 달러는 실물 없는 가치만을 갖는 종이 쪼가리가 되었지만. 

그나저나 금은 어디로 갔을까? 금은 보관소에 있을까? 선물시장이 열리고, 비밀스러운 금 시장이 열리면, 그곳에서 거래상들은 금을 거리해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은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용어로 거래를 진행한다. 그렇게 오고가는 것은 금이 아니라 전자금이다. 시간 개념도 애매해서, 당장 그것을 산다고 해서 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금을 갖는 권리를 사거나 혹은 금을 살 권리를 산다. 아주 이상하다. 

보관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다. 금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돌덩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 아주 일부의 금 덩어리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다 시장에 팔아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인식만 남겨주면, 금을 팔아넘기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비슷한 일이 은행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건 너무나 당연하다. 지급준비율이 괜히 나온 정책이 아니다. 사람들이 은행에 맡긴 대부분의 돈은 은행에 없다. 사람들은 은행 창고 안에 돈이 잔뜩 들어있을 것을 상상하지만, 생각보다 그 돈은 많지 않다. 국가에서 정한 지급준비율에 해당하는 돈을 제외하곤 돈은 전부 시장에서 떠돌고 있다. 이 때문에 돈은 실제 국가에서 찍어낸 돈보다 더 많이 시장에서 흐르고 있다. 돈이 돈을 만들고, 다시 돈을 만든다. 그나마 지급준비율이 있으니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돈이 흐르는 병맛같은 상황이 펼쳐지지 않는 것이겠지. 

금 보관과 관련해서도 규제가 있긴 할까? 원래 지급준비율이라는 개념이 금보관과 관련해서 생긴 정책이라고 하던데, 지금도 그런 걸 하고 있을까? 그런 걸 하고 있다면 왜 대부분의 거대한 금 보관소들은 금을 공개하지 않는걸까? 포트녹스에 금은 있긴 한걸까? 

만일 금이 보관소에서 사라져버렸다면 그 금은 어디로 다 흘러가 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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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