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0. 15. 22:53
6개월 
대학생 땐 아무래도 여름방학이라던가 겨울방학 같은 것이 남아 있다보니, 인간관계에서도 6개월을 주기로 커다란 국면이 끝나고 새로 시작된다는 느낌이 있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신나게 어울리던 사람들과도 이 6개월이 지나고 나면 왠지 서먹해졌다는 느낌에 소원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말 친밀한 관계였던 사람들도 묘하게 6개월 이상 같이 어울려서 놀거나 하지 않고, 6개월을 지나고 나면 어딘지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만나길 기대하는 것 마냥 떨어져 나간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런 일들이 항상 반복되니까, 이게 나 자신의 문제인가? 라고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굳이 그리 자책할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누군가와 어울려 지낼 때는 묘하게 기한이라는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떠들며 놀고 난 다음 날에는 왠지 다시 그 친구를 만나고 싶지 않다. 어딘지 적당히 연락을 건너 띄어 줘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다음 날에는 친구들과 함께 쓰는 카톡방이 조용하고, MT를 다녀온 다음 날에는, 마치 서로 몰랐던 사람처럼 조용하다. 

친밀함이라는 건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한 것이라서, 너무 멀리 있어도 혹은 너무 가까이 있어도 상처받는 종류의 것이 아닌가 싶다. 가끔 그 사람이 생각하는 모양새를 읽었다는 느낌이 들면, 그런 생각을 한 나도 또 그 사람도 함께 상처받는 일이 될 수 있다. 대학생 때 느꼈던 6개월이라는 기한이란 건 아마 그런 것 아니었을까. 각자에게 너무 지나치게 다가갔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적당히 서로에게 거리를 내주는 배려를 해야한다고 은연 중에 느꼈던 것. 

속내
사람의 속내가 빤히 보일 때는 내가 좀 움직여보자.
너무 한자리에 앉아 있었단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사람이 너무 안 보일 땐 그땐 좀 진득하게 앉아보자.
너무 움직였단 증거일지도 모르니까. 

1. 김소연 <시옷의 세계> 中, 마음산책,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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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