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0. 12. 23:41
똑똑한 사람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정말 좋은 스승을 시기적절하게만 만났다면 내가 수십 시간이고 고통받으면서 공부한 내용들도 모두 쉽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수학공부가 정말 어려웠던 때였고, 그 다음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 영어로 고생했던 때였고, 그 다음은 대학교 1학년 때 외국인 교수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게 너무 어려웠을 때였고, 그 다음은 취업 직전에 뒤늦게 취업 스터디에 들어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할 때 느꼈던 것이었고, 그 다음은 회사에 와서 내 자신이 너무나 멍청함을 절감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굳이 어떤 시기를 나눌 필요 없이, 책 같은 것을 읽을 때 항상 그런 걸 느낀다. 내가 참 멍청하다고. Podcast로 1위부터 100위 안에 드는 유명한 팟캐스터가 아니라, 가끔 특정 주제로 검색을 하면 평범한 사람들이 올린 팟캐스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 중에 황금 같은 방송을 찾을 때도 있다. 주로 책이라던가, 영화에 대해서, 혹은 철학적으로 잘 모르는 내용들을 검색해보는데, 이런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듣다 보면,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쉽게 파악했지? 이게 이렇게 쉬운 내용이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특히 철학 쪽은 그런 느낌이 강한다. 본질을 파악하면 사실 별 거 아닌 개념인데, 혼자 책으로만 읽어내려 하면 곁다리들이 너무 많아서 본질이 짚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다들 공부를 할 땐 스승을 먼저 만나라고 하는가 보다. 올바른 스승에게서 줄거리를 배운 이후에, 홀로 곁다리들을 익혀나가면 그 공부는 무엇보다 더 단단해진다. 그런데 혼자 시작하다보면 줄거리 없이 엉뚱한 내용에만 집착하게 되어 고생하는 식이다. 

그런데 가끔 보면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스승의 구애 없이 금방금방 본질을 읽어내는 사람들도 있더라. 책 한 권을 읽어도 더 빨리 읽고, 정확히 기억한다. 같은 1,000자의 글을 보아도 읽어내는 레벨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보통 나이가 들 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긴 한데, 어릴 때부터 똑똑한 사람도 많다. 가끔 보면 그런 사람들이 참 많은데,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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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