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0. 14. 23:38
생각하면 그저 다들 허약한 것을 
가끔 지독하리만치 끔찍한 열등감으로 사람과 비교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생각하고, 고통받고, 상처받으면서 하루를 보내고 나서, 돌이켜 그를 바라보았을 때, 다시금 그를 바라 보면 어딘지 모르게, 그 사람도 그런 비교와 열등감에 의해 고통받는 나약한 혹은 허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때, 나는 묘하게 샘통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 자신이 그런 생각에 허덕이지 않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는 것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다시금 그 사람에게 어떤 말을 걸 때, 나는 뭔지 모를 위악감을 느낀다. 나란 녀석이 갖고 있는 남들은 갖고 있지 않은, 어쩌면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나는 묘한 승리감을 취하면서, 마치 내가 남들보다 도덕적으로나 철학적으로 우위에 선 것만 같은 생각을 가지면서, '그래, 난 남들보다 낫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라는 한심한 생각에 시달린다. 

그런 의미에서 가끔 친구들을 만날 때, 근황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상처 입는 건 너무나 깊고 오래 가고, 자랑하는 것은 얄팍하고 한심하다. 그래서 친구들을 보면 현재라던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고, 과거를 말하는 경향을 띠는 것 같다. 그 누구에게도 상처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과거엔 우리가 모두 한 공간과 시간에 있었고, 거기엔 누가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거나 하는 개념 자체가 없잖아.(혹은 크지 않잖아.) 그러니, 과거의 즐거운 시간을 회상하면서, 서로 동질감에 가득 찬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묘하다. 노동으로 취득한 돈이라는 개념에 따라 사람이 어떤 계급으로 나뉜다. 우리가 굳이 너는 성골이야, 너는 6두품이야, 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몇 억의 돈을 경계로 그 사람은 어떤 사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를 가른다. 그게 굳이 어떤 명확한 언어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묘하게 배경에 깔린 기분이 든다. 

그런 게 참 묘하면서도 기분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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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