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완전한 공간
내 방은 내게 있어 가장 안전한 공간이고, 사적인 공간이며, 완전한 공간이길 바란다.
내 방은 북향이다. 그래도 우리 집에서 가장 바깥이 잘 보이는 방이다. 내 방엔 창이 하나 있는데, 그 창을 통해서 집 앞에서 사람들이 걷거나, 혹은 차를 타고 가거나 하는 수많은 양태를 관찰할 수 있다. 내 방에선 전봇대도 하나 보이는데, 비오는 날이면 그 전봇대를 타고 이어져 있는 수많은 전깃줄에 빗방울이 가득 맺혀있는 걸 관찰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내 방 창 앞에 책상을 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 현명한 일이었다. 그 앞에 컴퓨터 한 대 두었고, LED 스탠드도 하나 가져다 두었다. BOSE에서 산 꽤 괜찮은 스피커가 있어서 컴퓨터를 통해 멋진 음악이 들린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난 기계식 키보드도 하나 구입했는데, 글을 쓸 때마다 타다다닥 소리가 나는 게 꽤 멋지다. 내가 앉아 있는 책상 양 쪽에 책장이 있어서 종이책이 가득가득 차 있다. 책장을 넘어설 정도로 책이 많아서, 방바닥에는 내가 사놓은 책이 굴러다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걸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마 이것도 내가 전자책으로 넘어간 이유 중 하나가 될 거라 생각한다.
데스크탑 컴퓨터 위에는 헤드셋이 2개 있다. 하나는 Sony에서 나온 멋진 헤드셋. 다른 하나는 로지텍에서 나온 게임용 헤드셋인데, 둘 다 용도가 명확히 다르기 때문에 함께 사용함에 있어 불편함은 없다.
내 방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보고 싶단 생각도 한다. 딱히 멋스러운 장식이라던가, 훌륭한 가구나 가전 도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현재라는 시간에 딱 맞추어 최선을 다해 꾸민 공간이니까. 그 꾸밈에 있어, 어느 하나 쓰잘데기 없는 구석도 없고, 어느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어서, 언제나 내가 필요한 만큼을 잘 갖춰진 공간이니까. 괜시리 자랑하고 싶어진다. 이런 마음이 웃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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