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9. 23. 23:51
사소한 일에 노력하기
어떤 일이 '중요한 일이다, 중요하지 않은 일이다'라고 단정지어서 말하는 건 전적으로 나의 판단에 달려 있다. 물론 평소 생활하다보면 이 '판단'이라는 것이 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판단은 어찌보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판단을 좇는 경우가 많고, 그들이 내 앞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나 역시 그들과 같은 형상을 띠어야 한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내 주변 사람들이 비아냥 거리고 있으면, 나 역시 비아냥 거렸다. 내 주변 사람들이 웃고 있으면, 나 역시 웃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그리고 나 역시 인간인지라, 나는 나의 판단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쫓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어떤 일이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건 보통의 경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판단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건 상당히 줏대가 없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깊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사람들도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관찰하고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내 사고의 깊이가 나의 사회적 습성 본능을 넘어설 때, 비로소 난 온전히 "나의 판단"을 할 수 있다. 그 판단에 따라 난 어떤 일이 중요한 일인지, 사소한 일인지 결정할 수 있다. 

일의 경중이 결정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어떤 일이 중요하다고 여겼을 때 내 행동이 보이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 행동의 태도가 달라질 때, 난 내게 주어진 '현재'에 온전히 힘을 쏟을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힘을 비축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막상 힘을 비축한답시고 띵까띵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더라도, 내 체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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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