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9. 28. 23:54
혼자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대학교 때는 '팀플 과제, 팀플 발표'라는 말을 들으면 학을 뗄 정도로 싫어했었다. 사실 대학 때 하는 발표의 수준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많은 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니 만큼, 5명이 모여서 발표해야 하는 과제는 보통 1명이나 많아야 2명이서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모여서 만드는 일은 정말 단순하다. 이미 남들이 다 만들어 놓은 자료라던가, 혹은 정보들을 하나의 문서로 만든 후 이를 다시 PPT로 요약해서 발표하는 것이 대부분의 것이다. 이런 발표를 팀플로 하라고 한다면 보통 '자료 조사', '정리', 'PPT 작성', '발표'의 4가지 줄기로 나눠서 진행하는 것인데, 사실 이런 종류의 팀플은 실상 팀플이라고 말하는 것도 민망할 일이다. 물론 회사 안에서도 사수와 부사수가 합쳐서 일을 할 땐 부사수가 정보를 취합하고, 사수는 자신이 모은 정보와 함께 부사수의 정보를 함께 정리하는 일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업무는 매우 단순한 종류의 것이다. 

느끼건데 팀플이 가장 가치있는 것은 명확하게 팀으로서 업무가 분할될 때이다. 팀 내 조직원들이 해야할 일이 명확하게 분리되고, 해당 조직원이 없으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할 때 팀플은 힘을 발휘한다. 팀원 중 한 명이라도 '저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힘드니까, 대신 좀 부탁해요.'라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팀플이 힘을 발휘한다.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확실해지면, 감히 맡은 일을 남들에게 버려두고 땡땡이 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팀 안에서 유일한 디자이너인데, 일을 내팽겨 치면 누가 내 일을 대신하겠는가. 또 내가 팀 안에서 유일한 앱 개발자인데, 일을 내팽겨 치면 다른 사람이 쉽게 그 일을 대신할 수 있을까. 

물론 이처럼 분할되는 모든 일도 슈퍼맨에 의해서 모두 다 이뤄지는 사례도 있다. 게임 개발자 중에서도 1인 개발자가 있는 법이고, 애니메이션 제작자 중에서도 1인 제작자가 있다.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도 10년 넘는 시간에 걸쳐 혼자서 제작하는 자동차광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혼자서 다 끝마치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과 공력을 소모해야 하기에, 긴 호흡으로 진행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 어떤 독특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해도, 혼자 생각하고 있다보면 이룰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회사 안에서든 회사 밖에서든, 어떤 일을 해보려고 하는 사람은 반드시 나를 보완해줄 누군가를 찾는다. 일과는 무관하게 여러 사람을 만나며 내가 갖고 있는 꿈과 비전을 공유한다. 시시껄렁한 농담이나 사소하기 짝이 없는 가정사를 늘어놓으며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내가 가진 꿈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는다. 우연한 기회로 내가 갖고 있는 주파수와 일치하는 영혼을 찾으면,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하는 '팀' 혹은 '콤파니'가 만들어 진다. 

어디 이런 사람을 찾는 게 쉽겠나. 

대체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구할 수 있으려나. 

궁금하고, 또 허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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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