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7. 17. 23:56

저자 : 더프 백더프 / 옮긴이 : 강수정 
출판사 : 미메시스 
초판 1쇄 발행 : 2015년 12월 30일 

1. 소수자이길 원치 않는다. 
고등학생 때 그리고 대학생 때 내가 항상 꿈꿨던 건 내가 남들보다 뭔가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이룰 수 없는 위대한 어떤 일을 해내고, 세상에 꽤 쓸모있는 업적을 남기는 사람이고 싶었다. 내가 죽은 후 100년, 혹은 200년이 지난 후에도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어릴 적에 이런 질문을 해보지 않나? 돈, 명예, 권력 3가지 중에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어릴 적 나는 이 질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명예가 영원히 남는 것이 아니겠냐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난 남들과 다른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하며, 튀려고 하지도 않았다. 항상 남의 눈치를 봤다. 앞에서 나서서 남들이 하지 않는 힘든 일을 애써 하려고도 안했고, 남들이 하려하지 않는 독특한 진로를 구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일상은 꽤나 평범했다. 남들이 적당히 좇고 있는 일을 적당히 잘하려 했다. 친구들이 하지 않는 일은 나 혼자 찾아서 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친구들이 모두 원하는 일은 나도 뒤쳐지지 않을 만큼은 항상 해내려고 애썼다. 

그건 일종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소수자가 되는 두려움.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이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내가 느끼게 될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 나이가 들어 내가 어릴 적에 꿈꿨던 것처럼 위대한 어떤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도 조금은 두려웠으나, 나이가 들어 남들은 모두 하고 있을 어떤 일을 나 홀로 하지 못하게 될 때 느끼게 될 고립감은 지독히도 무서웠다. 

누군가에게 공감받지 못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사실 나도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 감히 그걸 공감해보겠다고 얘기할 자격이 없다. 이 책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머라는 친구가 그렇다. 초등학교 시절에 이런 친구가 학교에 적어도 한 명 쯤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딘가 모자라고, 유머감각은 있고, 그러면서도 친구들이 놀려 먹을 때에는 적당히 함께했다가도, 필요가 없어질 땐 저 멀리 버려지는 존재.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있던 난 그 친구를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한국에는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제프리 다머는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몰고왔던 악명높은 연쇄 살인범이었다. 그는 '밀워키의 식인종'으로 불렸는데, 17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그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상대로 자위행위를 펼쳤으며, 일부 시체는 직접 먹었다고 한다. 

이런 끔찍한 범죄를 벌인 그를 두고 학창 시절 함께 친구(?)로 지냈던 이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다머는 꽤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언뜻 보았을 때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 그토록 끔찍한 환경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해 놀랄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전에 읽었던 케빈 더튼의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라는 책에 따르면 제프리 다머는 십중팔구 사이코패스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사이코패스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는 학술적으로 매우 다를 수 있지만, 간단히 말해 사이코패스라는 건 '공감능력이 결여되었다는 점'과 '슬픔이나 공포를 느끼는 감정이 결여'되었다는 것 정도의 차이다. 케빈 더튼에 따르면 우리 일상 사회에도 사이코패스로 태어났지만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이코패스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어릴 적에 가정 환경이 불행하거나 불화가 심할 경우, 자신의 성향을 사회와 잘 조율하지 못한 결과 그것이 치명적인 사고로 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이런 이들을 두고 '사이코패스 범죄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제프리 다머는 아마 이런 유형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제프리 다머를 꽤나 깊이 있는 단계까지 다루고자 열심히 노력한 책이다. 가족도 아니고, 친구의 입장에서 이 정도까지 깊게 파고들어 연구하고 만화로 그려냈다는 건 상당한 관찰력이 있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마음이 씁쓸하다. 제프리 다머가 처하게 된 상황이 그러하고, 그가 처했던 절대적 소수로서의 위치가 그러하다. 제프리 다머는 성소수자였고, 왕따(?)였으며, 사이코패스였고, 가정 불화의 피해자였다. 사회에서 절대적 소수를 차지하는 약자였다. 

이 만화에서도 그 점을 지적한다. 

'빌어먹을 어른들은 그때 다 어디에 있었던 걸까?'

2. '내 친구 다머' 3줄 평 
- 사이코 패스 연쇄 살인범의 학창 시절을 추적하여, 당시 친구의 시야로 그를 관찰하는 책 
- 그로테스크한 그림체 때문에 다소 역겹고 불편하긴하지만, 주제의식에는 꽤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 성소수자, 왕따, 사이코패스, 가정불화나 폭력의 피해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이 실은, 모두의 안전망일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도 들었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