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8. 4. 23:38
한 사람에게 
너의 속내에 자리한 아픔이 자라나
내가 겪고 있는 아픔보다 더 깊어진다면 
나는 지금 자리 정리하고 일어나 
네 곁으로 달려가야 하리라 
비록 일상의 모든 끈끈한 것들로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느낌뿐일지라도 

작은 것을 아끼는 부드러운 마음과 
작은 것은 버리는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너는 나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가 
나누어 짐 지면 살림살이의 무게는 
얼마만큼 더 가벼워지는지
너는 나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가

내 속내에 자리한 아픔이 자라나 
네가 겪고 있는 아픔보다 깊어진다 해도 
너는 지금 자리 정리하고 일어나 
내 곁으로 달려오지 않아도 좋다
비록 일상의 모든 끈끈한 것들로부터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뿐일지라도 

......그러나 그것이 잘못이라면? 

이승하 시인의 시집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에서 발췌.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