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7. 9. 23:49
영화 '옥자'를 보며 들었던 생각 
일주일에 보통 몇 번 정도 고기를 드시나요? 일주일에 3번? 혹은 5번? 나 같은 경우는 보통 일주일에 7번 정도 고기를 섭취하는 것 같다. 가끔 고기를 먹는다는 말을 '구워먹는다'라는 말로만 쓰는 친구도 있다. 삼겹살 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먹어야 제대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7번을 그렇게 먹는다는 게 애시당초 가능한 일인가? 물론 가능할 수도 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정말이지 매일 같이 술자리에 끌려다니면서 싸구려 생고기를 매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언젠가 한 번은 일주일 내내 고기를 구워먹어서 몸에서 고기 구운내가 빠져나가지 않고 찐득하게 달라붙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평소에 고기를 먹는다는 건 아주 평범한 경우이다. 소시지 볶음, 동그랑땡, 제육볶음, 중국식 볶음밥이나 짜장(고기가 채 썰어 들어있다), 만두, 김밥 같은 흔한 요리들을 먹을 때 난 항상 고기를 먹는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일부러 채식주의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을 선택한다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채식주의가 되어서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포함되지 않은 요리를 먹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이런 고기를 빠져나가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애시당초 고기를 이용한 기름이나 조미료가 상당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로로 고기를 섭취하는 경우도 참 많다. 우리가 라면을 끓여 먹기만 해도 고기 성분을 섭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 주에 영화 '옥자'를 봤다. 박찬욱 감독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었는지는 과단하기 어려웠다. 감상자마다 각자 다른 포인트가 있고, 다양한 메시지를 뽑아낼 수 있도록 잘 조정되어 있었으니까. 내가 영화 전문가가 아니라 함부로 얘기하긴 힘들지만, 아마 동물공장과 식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그 영화가 담고 있던 메시지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GMO 식품에 대한 비판 역시 그 영화가 담고 있던 메시지 중 하나였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가장 흔히 먹고 있는 식재료가 돼지고기였고, 이 돼지고기의 대부분은 실제 영화에 묘사된 것과 별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사육되고, 가공되어, 내 주변에 배송된다. 그것이 돼지라는 한 개체에게는 끔찍한 현실이지만, 나 역시 그것을 먹고 살기 어려운 방식으로 환경이 조정되어 있다. 내가 그것을 감히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기에, 영화에선 내가 갖고 있던 예감을 잘 만들어진 이야기로 전달해준 느낌이었다. 

이번 주엔 영화 '옥자'와 대치점에 서있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우리가 먹고 있는 돼지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소개한 다큐였다. 다큐가 소개하는 소재들은 꽤 흥미로웠다. 식물성 소재로 고기 맛을 내는 임파서블 버거, 식용 곤충, 줄기세포로 배양한 배양육, 식물이 적절한 상태로 자랄 수 있도록 구성한 식물공장같은 개념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물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편집을 활용한 유전자 조작에 대한 연구도 소개되어 있었고, 줄기세포를 활용한 배양육 역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 고기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것을 '안전하다'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흥미로운 건 이 다큐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연구들이 '옥자'의 방향과 대치되어 있었다는 것. 식용 곤충, 배양육, 식물성 고기 등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연구의 개발 의도가 현대 사회의 육류 생산 및 공급 방식을 대체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내내 들었던 불편함을 다큐를 보며 깨달았다.

'GMO라던가, 미래 먹거리로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내놓을 수 있는 답이 고작 저것밖에 안될까? 저런 방식보단 더 세련된 방식은 없었을까? 그들이 정말로 악인일까? 설령 그들이 악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취할 행동이 과연 저런 방향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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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