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진영
출판사 : 도서출판 영인미디어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2월 1일 
전자책 발행 : 2016년 12월 1일 

1. 튀김 음식점에서 발견한 '격'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요타로 혼텐'이라는 식당이었다. 이 식당은 오사카 기타하마 역 6번 출구에서 불과 1분이 떨어지지 않은 직장인 거리에 위치했다.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나오니 흰색 와이셔츠와 검은 정장 바지를 입은 직장인들이 가득이었다. 미슐랭 2스타에 빛나는 맛집이 이런 직장인 가득한 거리에 위치한다는 게 참 신기했다.

하얀 와이셔츠에 자기 회사명칭이 적힌 태그를 차고 있는 직장인들을 뚫고 식당을 찾아 나섰다. 구글맵에 위치한 곳에 가니 담박한 간판이 인상깊었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 마치 정통 스시집처럼 주인이 카운터 앞에서 요리를 하고 있고, 그 바깥쪽으로 반달 모양의 카운터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튀김이었다. 

'요타로 혼텐'은 튀김이 유명한 맛집이었다. 항상 깨끗한 기름만 사용해서 만든 양파 튀김, 파뿌리 튀김, 고등어 튀김, 피망 튀김, 청어 튀김, 기타 등등 다양한 튀김을 만드는 곳이었다. 

요리사 주인은 마치 고급 스시를 내놓는 모양새로 튀김을 만들어 손님 앞에 하나 하나 위치시켜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한지 3분 정도 지나서 2층에서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우린 2층으로 올라갔다. 낮은 의자가 함께 딸린 다다미 방이었다. 방 안에는 조용한 선사의 음악이 깔렸고, 후지산 그림이 글린 액자와 꽃 한송이, 그리고 잘 닦인 탁자가 있었다. 

이윽고 주문한 튀김 세트가 하나 하나 올라왔다. 많지 않은 양이라 이게 전부인지 물어보니, '튀겨서 바로 가져오기 때문에 많이 가져올 수 없다.'라고 했다. 따뜻하면서도 얇은 튀김가루로 익힌 음식을 먹으며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했다. 


이윽고 주문한 도미밥이 올라왔다. 도미밥은 도미와 밥을 통째로 튀겨서 준비하고, 이걸 잘 섞어서 담백하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음식이었다. 우릴 접대해주시는 분은 도미밥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시고, 다시 가져가서 뼈를 발라 잘 섞어서 다시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모든 과정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겪게 될 체험에 대해 하나하나 고려해서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배려들이 모여서 미슐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건 아니었을까? 음식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연대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장이며, 이전에 신라호텔, 차병원, 조선호텔을 오 가며 총지배인을 했던 국내 최고의 서비스 전문가 김진영씨는 자신의 저서 '격의 시대'에서 앞으로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개념으로 '격'을 소개하고 있다.

격이라고 하는 건 어떻게 정의하거나 묘사하긴 어렵지만, 오랜 숙성 시간을 갖춰 정돈되고, 높은 태도를 갖추며, 절제된 행동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어떤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격'은 과거 '양'이라던가 '질'을 넘어선 가장 '최신의 개념'이라 한다. 아래 표와 같이 저자가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다. 


책 초반에선 일단 '격'과 관련해서 저자가 정리한 개념이 설명되어 있다. 책 중반부에선 병원, 서점, 호텔, 음식점 등 다양한 서비스군에서 어떤 식으로 '격'을 갖춘 사례가 있는지 정리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격을 갖추기 위해서 한 개인이 또한 한 사회가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로 페이지가 할애되었다. 

오사카에서 점심에 튀김 요리를 먹으며, 아침에 읽었던 책 내용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것도 '격'이었군.' 하고. 

2. '격의 시대' 3줄 평 
- 양 > 질 > 격으로 이어지는 저자의 이론은 거칠지만 독창적이고 흥미로웠다. 
- 서비스 산업 전문가가 들려주는 다양한 '격'의 사례들이 재밌다. 
- 결국 나 자신으로 돌아와 내가 어떤 '격'을 갖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