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5. 12. 23:08

저자 : 길리언 플린 / 옮긴이 : 김희숙 
출판사 : (주)도서출판 푸른숲
초판 1쇄 발행 : 2015년 11월 30일

1. 누군가를 함부로 조종하지 마라. 
대학 시절,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미술 동아리였다. 내 전공은 언어학이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그 동아리에 가입했다. 미술 동아리라고 하면 매일 같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실제 동아리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동아리 회원은 단지 한 학기에 한 차례 열리는 미술 전시회를 위한 그림만 그리면 충분했다. 아, 그리고 그 전시회를 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한 차례 연습 그림을 그려보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 한 학기에 그리는 그림은 단 2점이면 충분했다. 그 외의 시간은 자유였다. 

우리는 공강시간이나 점심, 저녁 시간에 자주 동방(동아리 방)에 들렀다. 우린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았다. 사실 수다를 떨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게 더 편했다. 선배, 후배들 사이엔 특별히 규율 같은 게 없어서 다들 편하게 지냈다. 

동아리엔 카톡방도 따로 있었다. 동아리 회원이 모두가 함께 있는 카톡방이었다. 동아리 회원은 30명이 넘었는데, 인원이 많다보니 끼리끼리 어울려 지내는 사람들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선배방, 후배방, 신입방처럼 나이나 학년으로 나누는 경우도 있었고, 같이 어울리는 사람끼리 카톡방을 만들기도 했었다. 

나 역시 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땐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끼리만 카톡방을 만들어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엔 카카오톡을 막 처음 써본 시기였다 보니, 이런 게 별 거리낌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카톡방만 해도 아마 5개가 넘었던 거로 기억한다. 그게 참 웃기는 일이긴 하다. 

그땐 참 배려라는 게 없었다. 한 카톡방에서 했던 얘기를 다른 카톡방에서 당연하다는 듯 얘기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 내가 어떤 카톡방에 끼지 않은 경우엔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는 사람들끼리 우리만의 카톡방을 만들었는데, 그걸 주도한 사람이 나였다. 우린 함께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고, 함께 사진을 찍곤 했는데, 그 때문에 동아리 모임 같으면서도 그 술자리에 끼지 못한 사람들은 소외당할 수밖에 없었다. 

뒤늦게 난 문제를 깨달았다. 그래서 카톡방을 지웠다. 

어떤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주도한다는 생각을 했었던 거 같았다. 내가 분위기 메이커가 된 거 같은 기분에 혼자 도취하여 있었던 거 같다. 그건 참 한심한 일이었다. 

길리언 플린의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이처럼 누군가를 '조종'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소설 속 주인공 '나'는 스스로 세상을 조종하고, 사람들을 갖고 논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런 착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주인공은 과연 깨닫기는 한 것일까? 

'난 정말 똑똑해. 난 남들보다 우월해'라는 말을 외치는 부끄러운 내 자신에게, 다시금 이 책을 읽게끔 하고 싶다. 

2. '나는 언제나 옳다' 3줄 평 
- 짧지만 강렬하고, 재미있다. 
- '똑똑하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
- 겸손함을 가르치는 책.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