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6. 10. 23:24

저자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옮긴이 : 유혜자
출판사 : 열린책들 
초판 1쇄 발행 : 1993년 3월 10일 (원작 : 1984년)

1. 사실은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 
고등학교 땐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시에 난 남들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그 '특별한 모습'엔 명확한 형태가 없었다. 본받고 싶은 롤모델도 없었다.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에 나올 때 쯤에는 자연스럽게 그 모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땐 그게 순진한 생각이란 걸 알지 못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은 이번이 세 번째로 읽는 책이다. 대략 10년 전에 '향수'를 읽어보았고, 몇 달 전에 '좀머 씨 이야기'를 읽었다. 같은 작가의 작품을 세 번 정도 읽으면 어떤 공통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인데, 내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에서 느낀 점은 '괴이함에 대한 관찰'이 아닌가 싶다. 인간이 갖고 있는 '괴이함'이라는 속성, 그것이 올바른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상관없이 그 점을 집요히 관찰하여 다른 사람 전체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소설 '콘트라베이스'에서 느낀 '괴이함에 대한 관찰'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째, 화자가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를 선택하게 된 괴이한 동기에 대한 관찰. 둘째, 화자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면서 혹은 연습하면서 느끼는 괴이한 감정. 셋째, 화자가 더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없는 어떤 계급에 고정된 상황에서 겪게 되는 자신의 한계가 사랑이나 연주하면서 느끼는 감정의 욕망과 충돌할 때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관찰 등이다. 

특히나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은 무엇보다 강렬하다. 또한 그건 굉장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공무원이 되어버린 나의 친구와 공무원이 되진 않았지만 사회에서 어떤 특별한(혹은 존경받는) 존재가 되지 못한 내가 느끼는 한계를 소설에서 폭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소설 화자의 대사인듯 말하지만, 그 대사는 사실 내가 말하고 싶은, 혹은 내 주변 사람들이 외치고 싶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 하다. 

여러분도 저처럼 손으로 밥을 벌어 먹고 사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계층에 소속되어 계시는 겁니까? 혹시 저 밖에서 지금 굴착기로 시멘트 바닥을 하루에 여덟 시간씩 뚫고 있는 인부들 가운데 오신 분은 안 계십니까? 아니면 쓰레기통이란 쓰레기통은 다 들고서 그것을 비우려고 쓰레기차에 엎어 버리는 일을 하루에 여덟 시간씩 하는 분들 가운데 오신 분은 안 계십니까? 그런 작업이 당신의 능력에 맞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아닌 다른 어느 사람이 당신보다 날렵한 몸짓으로 쓰레기통을 비운다면 그것이 당신에게 일종의 모욕이 됩니까? 여러분도 저처럼 이상주의와, 자신을 잊고 지낼 만큼 열성으로 직업에 매달리며 사는 분이십니까? 

2. '콘트라베이스' 3줄 평
- 쉽게 보지 못하는 특수한 상황을 가져와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든 쥐스킨트에게 찬사를 보낸다.   
- 짧지만, 인상깊은 책이다. 
- 글로 보면 사실 별로 재미없다. 희극으로 공연을 보고 싶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