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12. 19. 23:55

저자 : 러셀 로버츠 / 옮긴이 : 이현주
출판사 : (주)도서출판 세계사
전자책 발행 : 2015년 10월 27일 

1. 애덤 스미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나 <도덕감정론>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고교시절부터 경제 과목을 들을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가 하나 있다. 보이지 않는 손. 시장 경제를 대표하는 이 말은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장에 참여하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고 적절한 시장가격을 형성하게 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의미한다. 여기서 항상 등장하는 '이기심'이라는 용어 때문인지, 나는 이 개념에게서 인간을 배제한 차가운 이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어 경제학 관련 교양서적도 몇 권 읽어보긴 했지만, 그 책들 가운데 애덤 스미스의 저서가 없었던 탓에 난 이런 얄팍한 이해를 가진 채로 지내게 되었다. 러셀 로버츠의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은 독서모임을 위해서 어거지로 읽게 된 책이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자기계발서라는 오해를 갖고 읽게 된 책이었다. 원제는 "How Adam Smith Can Change Your Life"인데, 이렇게 좋은 제목을 놔두고 엉뚱하게도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고 바꾸어서 책을 발간했다. 애덤 스미스 이야기로 시작해서, 애덤 스미스로 끝나는 책인데, 어찌 이리 황당한 번역이 다 있을까? 여튼 덕분에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애덤 스미스에 대한 사적인 이해가 한 폭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사실 경제학이라는 것도 인간의 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지 않는가. 돈을 다루는 학문이기는 하나, 그것이 사용되는 주체는 인간이다. 따라서 인간을 이해하지 않은 경제학이란 단지 숫자놀음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사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가 인간에 대해 깊이 통찰했을 것이라는 건 꽤나 타당한 추론이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은 애덤 스미스의 저서 <도덕감정론>을 계속 인용하면서, 애덤 스미스가 어떤 식으로 고민을 전개했고, 어떤 통찰을 보였는지를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도덕감정론>의 구절이 계속 인용되는데, 인용될 때마다 그 문장을 그대로 복사해서 내가 인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책 중반부 쯤 되면 내가 왜 굳이 이 책을 읽고 있을까. 그냥 <도덕감정론>을 그대로 읽으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읽은 매력적인 문장을 하나 소개하자면 이런 것이 있다. 

내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혹은 실행하지 않은 나의 동기에 대해 칭찬하는 사람은 나를 칭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칭찬으로부터 어떤 만족도 얻을 수 없다. 그 칭찬은 우리에게 어떤 비난보다도 더 큰 굴욕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 칭찬으로 인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반성을 하게 된다. 그 칭찬처럼 되지 못한 지금의 우리 모습에 대하여. 

이런 문장도 있다. 

슬픔보다 기쁨에 더 많이 공감하는 인간의 성향 때문에, 우리는 부를 과시하고 가난을 감춘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통스러운 우리 모습이 드러나는 것은 매우 치욕스러운 일이다. 가난한 우리의 처지가 만천하에 드러났음에도, 우리가 겪는 고통의 반만큼도 연민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크나큰 비애다. 인간의 이런 본능 때문에 우리는 부츨 추구하고 가난을 피하는 것이다. 

2.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3줄 평
- 쉽게 읽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
- 자기 계발서와 인문 교양서의 중간을 달리는 미묘한 느낌이 든다. 
- 애덤 스미스의 통찰력에 대해 새삼 일깨워준 책.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