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미분류2017. 11. 26. 23:14

저자 : 엘런 L. 워커 / 옮긴이 : 공보경
출판사 : (주)도서출판 푸른숲
초판 1쇄 발행 : 2016년 5월 20일 

1.  아이 없는 삶에 대한 이해 
나도 아직 아이를 갖지 않았다. 실제로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까마득하게 먼 이야기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 중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가졌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사상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주변 사람들 중에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아이를 갖지 않았다거나, 혹은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소수자로서 남아 있다. 

어릴 땐 나이들어서 아이를 갖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 때 내가 했던 고민은 아이를 갖냐 안 갖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는 몇 명을 나아야 하는 걸까 라는 문제였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내 대답은 항상 같았다. 무조건 2명 혹은 3명이었다.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내 친구들은 대부분 형제 자매가 1명 혹은 2명 정도 있었으니, 내 대답은 세상의 평균을 향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대학생이 되면서, 그리고 직장인이 되면서 생각은 극단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돈이라는 개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식으로 삶을 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 그런 문제들은 모두 어른들에게 적당히 맡겨둔 상황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기 이전에 대학 등록금은 어떻게 낼 것인지, 생활비라는 건 어떻게 구성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었기 떄문에 그런 걸 배운 건 대학생이 된 이후였다. 돈이 보이기 시작하니, 아이를 키우는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접근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도 바로 '돈'이다. 재정적인 문제는 삶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퇴근 이후 저녁의 삶이라던가, 주말 생활, 여행, 취미, 자기 관리, 성취, 노후 대비 등등. 모든 사람이 다 공평하게 같은 돈을 아이를 위해서 쓴다면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은 아이를 셋을 갖고, 어떤 사람은 아이를 하나를 가지며, 어떤 이는 아이를 갖지 않는다. 그들이 맞이하는 경제적인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나 이런 점이 이 책 곳곳에서 언급되어 있다. 

사십 대 초반인 조엘은 첫 번째 결혼에서 두 아들을 두었고 얼마 전 새로 결혼해서 두 살배기 아들을 얻었다.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세 아들을 갖게 되어 기쁘고 아들들과 함께 있으면 무척 즐겁다고 했다. 다만 전처와 낳은 두 아들의 양육비로 매달 1500달러를 보내야 해서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이가 없는 나로서는 매달 그 많은 돈을 쏟아 붓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조엘은 예순 살이 될 때까지, 즉 막내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돈을 지출해야 할 터다. 미 농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7만 달러 이상인 가정에서 자녀를 열일곱 살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26만 520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대학교 등록금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포함될 경우 4년간의 학비에 해당하는 15만 달러가 추가된다. 

이런 예시는 미국의 예시라 더더욱 소름끼친다. 한국의 실상은 더 끔찍하다. 실제 아이를 기르고 있는 과장님, 차장님, 부장님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 명의 아이를 기르기 위해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내가 매달 저축하기 위해서 모으고 있는 금액을 상회한다. 아이의 수가 두 명이 되는 순간 저축은 커녕 빚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교육비가 소비되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과 꾸준히 비교하는 삶이 보편화되어 있고, 또한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실생활을 보내는 곳이 그런 사교육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아이 없는 사람들이 누리는 이점은 '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를 기르느라 놓치게 되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돈을 이용해서 그 사람들은 취미 생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한다. 심지어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더 건강한 음식을 먹고 더 많은 시간을 운동하는데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아이가 없을 경우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노후 문제 역시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음이 언급된다. 아이가 없는 사람일 수록 사회 구조망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또한 자기 자신을 챙길 수 있는 재정적인 안정성도 확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 없는 이들이 쓸쓸한 노후를 보낼 것이라 상상하지만, 실상 그런 노후를 보내는 건 다 큰 자식을 집 밖으로 보낸 부모의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 이 책이 지적하는 바이다. 

물론 이 책이 주구장창 아이 없는 삶에 대해 찬양일색으로 끝내는 것도 아니다. 아이가 없을 시 겪게 되는 수많은 정신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가 언급되어 있다. 어차피 이런 문제들은 우리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문제이다. 

오히려 더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인식하는 문제들 조차도, '그게 정말 문제가 맞을까?'라고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이다. 

책 전체에 걸쳐 흥미로운 점이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친구들과 깊게 논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독서 토론 같은 자리에서 함께 얘기해보면 특히 재밌을 것 같다. 본디 이런 문제엔 정답이 없으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면 그것도 즐거울 것 같다. 

2. '아이 없는 완전한 삶' 3줄 평 
- 아이 없이 사라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은 점이 좋다. 인터뷰도 무척 풍부하다. 
- 다만, 삶의 타임라인에 맞춰 체계적으로 장/단점이 구분되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인터뷰 형식에선 어려운 얘기겠지. 
- 아이 없는 삶이 개개인에겐 행복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공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은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책의 목적 자체가 그런 부분은 배제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