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열린 채로 묶여 있었다유약이 쏟아졌다유약을 뒤집어쓰고 벽을 오른다 생각했다누워 소변을 보고 누워 부모를 기다리며누워 섬광을 수확하고언제나고 눈을 뜨면 가슴이 열린 채로묶여 있었다 누가 인간을 나무처럼 만드는지 알 수 없었지만나는 다만 일어나실눈을 뜨고푸른 간격으로 떨고만 있는 아이들에게안대라도 씌우고 싶었다- 성동혁 시집 <6> 中 -
사실 나는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알아서 움직임을 상실한다. 그냥 그대로 있는 것만으로도 지금 이 자리에 고정되어 있어서 홀로 그냥 오르기를 기대한다. 어릴 땐 오른다는 개념이 그냥 내 스스로 오르기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나팔꽃이 막대를 따라 오르는 형상을 보며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는데, 지금은 내 스스로가 나팔꽃은 커녕 잡초도 되지 못함을 깨달았다. 바닥엔 마름만 가득하다. 물컹물컹한 비가 온 다음 날을 기대하지만, 비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그건 애초에 내 스스로 움직임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 외부에서 어떤 변화가 오길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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