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8. 3. 19. 23:33

저자: 은유
출판사: 도서출판 유유
초판 1쇄 발행: 2016년 8월 4일 
전자책 발행: 2016년 9월 20일 

1. 쓰기, 그리고 읽기까지 생각해보며 
은유 작가의 대표작은 아마 <쓰기의 말들>이 아니라, <글쓰기의 최전선>이란 책일 것이다. 엉뚱하게도 난 그의 가장 최신 저서를 통해 그를 접하게 되었고, 그래서 어딘지 이 책이 <글쓰기의 최전선>이란 책의 후속작 혹은 외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글쓰기'라는 주제에 관해 진지하게 파고드는 글이라기보단, 오히려 더 사적으로 작가 자신을 보여준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책 안에 이런 문구가 인용되어 있다. 

에세이의 결정적 기술은 글쓴이가 자기 노출을 절묘하게 통하는 데 있다. 
-웬디 레서 

내가 이 책이 꽤 사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아마 작가의 자기 노출도와 관련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더 오픈했고, 더 열려 있었고, 더 솔직했다. (라고 말했지만 막상 난 <글쓰기의 최전선>이란 책을 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이런 말을 하니, 이런 나의 느낌이 바보같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근데 난 왜 이런 느낌을 받았지?) 

<쓰기의 말들>은 그 제목이 드러내듯이 '쓰는 것'과 관련된 '말들'을 탐구하는 에세이집이다. 그래서 정말 풍부한 인용문구들이 등장한다. 은유 작가는 책을 읽으며 '한두 개씩 밑줄 긋고 싶은 황금 같은 문장'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고 하는데, 본인이 말하듯 그는 일종의 문장 수집가에 가까운 독자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다보니, 100여 개나 되는 엄청난 인용문구들이 등장함에도 이게 단지 단시일에 걸쳐 찾아낸 문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어 쌓아온 퇴적층과 같다. 

사실 내 경우엔 상당히 가볍게 읽었고, 글도 훌훌 넘어갔지만, 은유작가가 짚어준 인용구들이 가슴에 남아서 지금도 꽤 깊숙히 나를 생각하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걸 발견했지? 정말 멋진 인용구다. 이 자리를 빌어 조금 추천한다.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가 보인다."

"인식에 이르는 길 위에서 그렇게 많은 부끄러움을 극복할 수 없다면 인식의 매력은 적을 것이다." 
- 니체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무언가를 드러낼 때에만 신뢰할 수 있다.
- 조지 오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역시 찾아낸 은유 작가의 말 

"글이 꽉 막힐 때는 이유가 있다. 정보와 지식이 얕아서 그렇다기보다 충분히 소화되지 않아서 문제다"
- 은유 

2. '쓰기의 말들' 3줄 평 
- 작가가 인용한 104개 + 서론에서 언급한 몇 가지 문구들이 가슴에 박힌다. 
- 에세이 중에서도 특히 짧은 글을 모은 모음집이라 쉽고 빠르게 읽힌다. 
- 엉뚱한 주제로 새지 않고 '쓰기'라는 주제에 잘 집중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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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