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8. 3. 11. 23:53
죽은 닭처럼 쓸쓸한
송별회였다
우리는 퇴사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르고 닭에게 
불만이다 뒤적거리며 뒤척이며
계륵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긴 거야 
오늘도 가르침을 주시는 분 
여기는 사실 갈빗살이 아닌 거야
오늘도 말씀이 
모가지처럼 기신 분
죽은 닭은 아주 오래전에
죽었고
한참을 뒈진 채로 얼어 있었고
우리는 입만 살아 먹고 말하지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간 고생 많았습니다.
닭의 살갗 같은 냅킽으로 입술을 닦고 
앉은자리를 푸드득 털며 서두른다
죽을 줄도 모르고 
죽으러 간다
죽은 줄도 모르고
죽어서 긴다
말씀이 기신 분이 가르침을 멈추고 놀라 묻기를 
여기 웬 닭대가리가 있어 
우리는 놀라 벌떡 일어나 모가지를 비튼다
먹다 남은 닭의 순살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며 삼바를 춘다
안녕, 뼈가 없는 친구들아, 
안녕, 살이 없는 친구들아, 
죽은 닭들의 송별회가 
쓸쓸히
- 서효인,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中 - 

송별회라 하니까 공감이 간다. 송별회라는 것이 보통 그처럼 살과 뼈가 분리되는 미묘한 시간인 것 같다. 회사를 다니다보니 흔하게 하는 것이 송별회인데, 경험상 1차 술자리에서는 송별회라는 명목을 갖고 있기는 한데, 2차 술자리 쯤 되면 그 때부턴 그냥 술을 마시기 위한 자리이지 송별회 주인공이 있든 없든 별 신경도 안쓰는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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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