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4. 14. 23:31

독일에 사는 친구랑 얘길 하다가 서로의 외모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친구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이었는데 그 때문에 외모가 일반적인 독일인(이 말이 좀 웃긴다고 생각하지만)이 아니었다. 친구는 피부가 까무잡잡하고 머리도 검은색이었으며 키도 작은 편이었다. 얼굴은 꽤 잘생긴 편이라 턱수염이 거뭇하게 난 모습이 훤칠해서 왠만한 독일인들보다 나아보였다. 친구는 독일에서 나서 독일에서 자란 독일인이었는데, 부모님이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라 그곳에 지금도 친척이 있는듯 했다.

친구가 묻기를 내가 어디 사람인 거 같냐고 하길래, 넌 독일인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말하길 자긴 아프가니스탄 사람이라 하더라. 그게 뭔말이냐 했더니 외모와 부모가 자신을 규정하는 말이라고 하는 거다. 그게 뭔 개소리냐, 그걸로 규정하지 마라. 넌 지금 현재의 너에 의해서 규정되지 너의 조상에 의해 결정되는게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만, 나를 보며 하는 말이 이봐 만일 네가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치자. 그리고 거기서 자랐어. 그런데 그렇다고 네가 미국인일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것 아닌가. 난 당연히 그럼 난 미국인이지. 라고 했다. 그 친구 왈, 아니다. 넌 아시안이다. 너의 외모가 그걸 증명하지 않냐.

너의 그 말은 인종차별주의다. 외모가 사람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면 그건 인종차별주의, 외모지상주의일 뿐이다, 라며 신경질을 내고 대화를 더 하지 않았지만, 그 친구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에 훨씬 더 많을 거란 생각에 기분이 나빠졌다.

외모와 조상이 나를 결정하는 요소라면, 우리 시대에 계급, 귀족, 특권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 아닌가. 사람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자신이 현재 얼마나 노력하냐에 따라 미래가 변할 수 있다. 조상은 단지 조상이고, 그들이 행한 역사 속 실수와 성공을 통해 배울 수 있을 뿐이지, 그것이 현재의 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봐, 독일인 친구. 난 네가 독일인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네 스스로 그걸 부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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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