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2. 26. 21:00
유튜브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거나 혹은 적당히 예의를 차리고 있는 사람을 보면서 매력을 느끼진 않는다. 이미 한 가득 거하게 술을 마신 것처럼 흰 소리를 내는 사람들, 말의 맥락을 이리저리 오고 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이 재미가 있다. 

대부분의 게임 유튜브 영상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BJ들의 셀피 영상을 함께 한다. 게임을 하고 있어도 꼭 그 게임을 플레이 하고 있는 사람의 동영상을 조그맣게 띄워서 같이 보여준다. 

동영상을 보면서 나는 두 화면을 같이 바라보고 있다. 주로 BJ가 플레이 하고 있는 게임 영상을 살펴보지만, 게임 안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나오면 셀피 영상에서 BJ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 지를 살핀다. 묘한 심리이다. 그냥 내가 게임을 플레이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다른 사람이 플레이 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의 얼굴까지 쳐다보고 있는 걸까. 그리고 왜 난 그의 미친 듯한 말과 미친 듯한 행동을 좋아하는 걸까.

몇 가지 추론해보자면, 첫째, 게임을 하며 쉽게 지루해지기 쉬운 부분. 즉, 너무 진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인 것 같다. 대부분의 PC게임들은 진지한 면이 넘쳐 흐르는 데, 그 때문에 일상에서의 농담이나 웃음의 부분이 꽤 적은 편이다. 그래서 BJ들이 외치는 미친 말투나 이야기가 그런 진지한 여백들을 메꿔주면서 영상 안에서 꽉 차 있다는 느낌을 준다. 둘째, 게임을 하면서 느끼기 쉬운 고독감, 외로움을 방지해주는 역할이 아닐까. 혼자 게임을 해도 충분하지만, 그렇게 계속 게임을 하는 중에도 나라는 사람은 계속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이런 부분들을 메꿔주는 게 BJ의 영상과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런 두 가지 역할을 해주는 건 점잔빼며 멋부리는 친구보다는 미친 듯이 얘기하는 바보같은 친구가 더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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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