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2. 23. 22:12
사람의 외모에 대해서 칭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다만, 그 중에 가장 으뜸은 '눈빛'을 칭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얼굴을 칭찬하거나, 몸매를 칭찬하거나, 키를 칭찬하는 것도 나쁠 건 없겠지만 눈빛을 칭찬하는 건 단순히 외모가 아니라 정신을 칭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 술을 마셨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별별 이야기를 다 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기억나는 친구의 말이 있다. 눈빛이 예전 같지 않다고. 예전엔 눈빛이 너무 강해서 불이 나올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그 당시엔 그 말이 꽤 충격이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선 '뭐든지 주어지면 다 해버리겠어'라는 류의 강렬한 눈빛은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하기 때문에 좋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되었지만, 그래도 20대 초반까지도 그런 눈빛을 유지하는 건 어린 시절의 나에게 꽤 중요한 가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걸 대학에 입학한 이후로 다 잃어버렸다니. 

그 때로부터 꽤 시간이 흐른 지금의 내 눈빛은 어떤 모습일까. 가끔 너무나 힘든 시기에 거울을 보며 내 눈을 보면 썩은 동태 눈깔이 여기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조금 나아졌으려나. 

60이 넘어 삶에 대한 책임을 질 때가 되었을 때 내 눈빛은 어떤 느낌일까. 저기 한강 북쪽에 계신 그 분처럼 눈을 껌뻑껌뻑하기만 하면 누구든 설득될 수 있을만큼 매력적인 눈빛이 될 수 있을까. 나의 썩은 눈깔은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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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