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1. 5. 23:47
통조림
통조림을 뭉개버리고 싶었다. 
통조림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안에 꾸겨지고야 마는 내용물이 싫었다.  
내가 걷는 길은 컨베이어 벨트 같았고, 길 끝에는 멋드러진 분쇄기가 서있었다. 
의지라는 걸 갖게 되는 건 기적이지만, 
그 의지를 갖고 길에서 벗어나는 건 행운이다. 
흔들 흔들 흔들 거리는 움직임이 안락하기도 하고, 멀미도 거의 안나.  
바닥에 떨어지지마, 바닥에도 별거 없어. 
그래봤자 그것도 또 컨베이어겠다만.  
그래봤자 그것도 원하던 거겠다만. 
그래봤자 그곳에 추락하겠다만. 
그래봤자 그것은 통조림이겠다만. 
그래봤자 그놈은 통조림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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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