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2. 31. 18:23
서울의 골목길들 - (1) 합정동 꾸머길
연말에 회사에서 쉬라고 일주일을 줬다. 전사휴가라는 명목으로 연차를 모두 소진하게 한 것인데, 주변 사람들 중 다수는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나한테도 그런 선택지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물가가 비싼 시즌에 굳이 비싼 비행기표를 끊어서 떠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집이 있는 서울에 머물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도 다들 회사로 돌아오면 이런 얘기를 할 것 아닌가. 

“이번 연휴엔 다들 뭐하고 지냈어?” 

예전 같았으면 이런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그냥 집에서 영화보고, 친구들 만나고 했죠, 뭐.” 

근데 이런 대답이 참 재미없지 않나. 남들은 다들 어디 놀러갔다는 얘기하고,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경험하고 왔는데 나 혼자 시간을 허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서울 골목길 투어’. 

요즘 골목길이 핫한 건 개나소나 다 아는 일이다. 알쓸신잡이라는 방송에서 경주 황리단길을 소개하면서 특히나 이슈가 되었다. 요즘 서울에는 대로변이나 거대 상가에서 노는 것보다는 골목길에서 노는 게 대세라고 한다. 경리단길, 서촌 거리, 연남동 같은 곳이 기존의 강남이나 명동 같은 곳을 대체하고 있다. 사람들은 오밀조밀하고 특색있는 가게들이 넘쳐나는 거리에서 놀고 싶어 한다. 무척 핫하다. 

물론 회사에 다니는 일반 직장인으로서 이런 곳을 가는 건 일상적이지 못하다. 평일 내내 회사 근처 상가에서만 놀기 마련이고, 주말이나 되어서야 겨우 놀러 다니는데, 그 와중에도 사람들을 만나는 건 아무래도 강남이 가장 편하다. 

데이트한다고 돌아다니려고 해도, 아는 곳이 있어야 어디 새로운 곳을 가지. 그래서 이번에 좀 돌아다녀봤다. 

먼저 간 곳은 합정동 꾸머길. 홍대 근처가 핫한 건 누구나 아는 바이다. 홍대거리가 너무 과밀하다보니 이 기세가 연희동이나 연남동으로 이어지고, 여기에 합정동까지 합쳐졌다. 사실 이런 거리들은 나도 자주 가보았다. 이미 핫한 곳이지 않나. 유명한 피자집이나 카페들은 모두 이쪽에 몰려 있다. 물론 이미 너무 유명해서 슬슬 젠트리피케이션도 시작된 곳이다. 

합정동 꾸머길은 살짝 뒤로 빠져있다. 합정에서 한강 쪽으로 가는 방향인데, 그 미묘한 소외감 때문인지 이색적인 카페들이 많이 생겼다. 대놓고 멋진 디자인 카페를 지향하는 카페들이 꽤 있는데, 그 때문에 자리가 다소 불편한 그런 카페도 꽤 있다. 

멋스런 우동집이나 독립책방도 함께 있어서 적당히 먹고 마시고 보는 건 충족이 되는데, 사실 거리 자체는 그리 길지도 않고 아직 상가도 자리잡지는 못한 느낌이 든다. 평일 저녁 기준으로는 사람들이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꾸머길을 따라 쭉 아래로 내려오면 절두산 천주교 순교성지가 나오는데, 이쪽에 오면 이 길의 종착역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든다. 봄이나 가을에 왔다면 꽤 좋았을 법도 한데, 내가 갔을 땐 겨울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밖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근처에 가볼만한 곳이 있을까 해서 좀 찾아봤는데, 대부분이 이제 막 시작한 카페들이 대부분이다. 정보량도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한 개 블로그가 '꾸머길'이라는 키워드로 홍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마 그 지역 공동체에서 운영하는 블로그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제 막 조성하기 시작한 거리라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궁금해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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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