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12. 28. 23:55
중독과 자극에 관한 생각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행복한 삶이란 살면서 끊임없이 행복, 만족, 즐거움의 감정이 넘쳐나는 것을 의미할까? 미국에게까지 큰 영향을 끼쳤던 콜롬비아 마약왕의 일생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나르코스(Narcos)를 보면서, 대체 코카인이란게 뭐길래 저렇게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것일까, 생각을 했다. 

자세히 알아본 것은 아니지만 간단히 말해 코카인이란 뇌 영역 중 동기 부여를 하는 부분에 대량의 도파민을 분비시켜 만족감과 행복감을 부여하는 마약이라 한다. 도파민이라는 물질은 외부에서 들어온 마약물질이 아니라 이미 우리 몸 안에서 감정을 조절하고 운동 신경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신경전달 물질이다. 우리가 흔히 일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거나, 섹스를 통해 만족감을 느끼거나, 운동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모든 과정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 전두엽에 전해져서 우리의 의욕을 샘솟게 하고 두뇌 활동을 증가시키며 커다란 삶의 만족감을 준다. 이 때문에 인간의 행복과 쾌락을 조정하는 물질이기도 한 것이다. 

마약을 통해 도파민을 대량으로 맛보면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과도하게 분비된 도파민으로 인해 뇌 안에서 가장 창조적인 영역들은 도파민에 둔감해지고, 도파민의 분비에 적응한다. 이 때문에 일상에서 소소하게 분비되는 도파민은 뇌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더 큰 도파민의 분비를 요구한다. 마약 중독자들이 심각한 우울감과 함께 다시금 마약을 찾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과정 때문이라 한다. 

사실 마약이 달리 있겠는가. 굳이 코카인이 아니더라도 술도 마약과 다름없다. 그 역시 도파민을 자극하여 쾌락을 요구하는 행위이다. 미드 나르코스에 나오는 코카인의 경우 한국에선 구하기도 어렵다. (어딘가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곳이 있다는 건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몸에 섭취하는 것만이 마약일까. 자극적인 이미지나 포르노, 중독성 있는 모든 매체들 역시 비슷한 매커니즘으로 사람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가수들의 의상이나 춤이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모하고, 영상은 더욱 화려해지는 것도 같은 매커니즘 아닐까? 우리가 즐겨 하는 PC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어쩌면 같은 맥락에 있지 않을까? 과거 즐겨했었던 스타크래프트도 그 당시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즐기는 게임이었는데, 지금 와서 그 게임을 해보면 유닛들의 이동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고 느낀다. 최근 같은 제작사(블리자드)에서 출시된 오버워치를 해보면 그 엄청난 이동 속도에 엄청난 자극을 느낀다. 처음엔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서 눈이 아프고 머리도 아프다고 느끼는데, 어느 순간이 되면 그 정도로 빠른 게임이 아니면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뇌는 평소에 어떻게 자극을 주냐에 따라 적절한 만족감을 유지하는 항상성이 있다. 대부분의 우리 주변의 매체들은 갈 수록 더 자극적으로 구성되어 간다. 그러나 과거에 살던 사람들에 비해 우리가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나? 어쩌면 단지 도파민을 위한 역치 값만 올라간 채로 일상적 자극으론 행복해지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될 뿐이다. 


'잡문 > 기타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범주  (0) 2017.12.30
책을 읽고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0) 2017.12.29
음식점에 와서  (0) 2017.12.27
나의 시작은 언제일까  (0) 2017.12.26
성공하지 못할 일에 대해서  (0) 2017.12.23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