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6. 26. 21:29

저자 : 이나가키 에미코 / 옮긴이 : 김미형
출판사 : 엘리
초판 1쇄 발행 : 2017년 1월 17일 
전자책 발행 : 2017년 1월 17일 

1. 개인으로서 살아남는 것. 
이 책은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책 내용은 보지도 않고, 책 표지만 쓱 갖고 와서 인스타그램이나 카톡 프로필 사진에 쓰고 싶은 유혹을 불러일으키니까. 1월 달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서점가에선 꽤나 인기였던 것 같다. 베스트셀러라던가 신간 도서를 좋아하는 나지만, 바로 사서 읽어보진 않았다. 책을 보려는 사람보다는 책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쓰려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 생각했다.

나 역시 직장인으로서 저자가 경험한 회사를 체험하고 있다. 저자가 말했듯이 회사란 건 일종의 울타리다. 이 사회가 장려하는 공간이고, 국가와 개인은 회사를 통해서 존속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한 이런 개념이 꼭 완전히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에 따라 회사를 벗어나 자영업이라던가, 자기 사업이라던가, 다른 어떤 삶의 방식을 구축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쓴 저자가 50대 싱글 일본인이라는 점이 내게 쉽게 공감을 일으키지 못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저자는 정직원으로서 회사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60살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한다. 저자 본인은 정년을 마치지 않고 여기서 빠져나온 사람이니, 이게 참 흔치 않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대단한건가? 한국의 일반 사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60살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다 은퇴하는 모습은 쉽게 찾기 힘들다. 50살이 넘은 우리세대 차장님, 부장님들은 회사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40살이 될 때부터 이미 회사를 벗어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나로선, 저자가 말하고 있는 전제 자체가 공감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저자의 생활 패턴 역시 놀라웠다. 본사에서 좌천되어 다카마쓰라는 동네로 가서 절약하는 삶을 살기 시작하기 전까지 저자는 자신의 월 수입과 월 지출을 맞춰나가는 삶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매달 멋진 옷을 넘치도록 구매하고, 맛집은 참지 않고 찾아가며 먹었다고 한다. 시원시원하게 여행다니고, 즐기면서 삶을 살았다. 그러던 그가 시골에 살면서 갑자기 절약하는 삶을 배우게 된 것이다. 비록 저자가 자세히 밝히고 있진 않지만. 어떻게 이렇게 살 수 있단 말인가? 한 푼 두 푼 돈 모아서 집 한 채라도 구입하려고 애쓰고 있고, 조금씩 돈을 아껴서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려는 삶과 비교해서 보면 저자는 참 사치스럽게도 살았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극단적으로 아끼는 삶을 선택한다. 전깃값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노력하고, 난방도 틀지 않는다. 회사를 그만두고, 비우고 버리는 삶을 과감히 시도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하지 못할 양극단의 삶을 모두 선택한 그가 참 신기하고 놀라울 따름이다.  

책을 처음 펼 땐 공감이라던가 혹은 해답을 찾으려 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세상에 이런 삶을 사는 사람도,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에 놀랐다. 뭐, 그래서 세상이란 게 굴러가는 거겠지만.  

2. 인상깊은 구절 
이 책에 쉽게 공감하긴 어렵지만, 회사를 다니는 와중에도 항상 마음가짐으로 삼고 싶은 구절이 있어서 기록에 남긴다. 이 구절을 생각하고 있으면, 회사에 소속해 있으면서도 난 항상 자유로울 수 있고,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무렵이 되자 나는 '회사란, 조직과 개인의 전쟁터'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조직은 강합니다. 하지만 강하기에 한편으론 약하기도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줄을 잘 서라 등등.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과 나약함이 집단이 되면서 곧바로 가시화되고, 조직 그 자체를 좀먹습니다. 
이를 막는 것은 개인의 힘밖에 없습니다. 혼자서 판단하고, 혼자서 책임을 지며, 혼자서 움직입니다. 작은 힘입니다만, 자기 혼자 결단하기만 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약하지만 강합니다. 
물론 조직의 논리가 늘 틀린 것도, 개인의 논리가 늘 옳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쌍방의 역학관계가 팽팽히 맞서는 곳이야말로 '좋은 회사'가 아닐까요? 문제는 내가 회사 속에 있으면서도 독립된 개인으로 우뚝 설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내가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3. '퇴사하겠습니다' 3줄 평 
- 30살의 퇴사를 이야기 할거라 생각했는데, 50살의 퇴사를 이야기한다. 
- 내게 어떤 답을 주는 책이길 기대했으나, 세상엔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이 참 많다는 걸 알려주었다. 
- 요즘 일본에서 유행하는 '비우고 버리는 삶'의 마지막 단계인가? 회사마저 버리는 삶?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