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10. 3. 23:12

저자 : 기타가와 에미 / 옮긴이 : 추지나

출판사 : 다산북스
전자책 발행 : 2017년 9월 20일 

1. 히어로를 만드는 사람들 
어릴 때 내 장래 희망에서 가장 먼 순위에 있던 사람을 꼽자면, TV 프로듀서, 카메라맨, 분장사, 연예인 매니저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서 내가 TV에서 바라보는 히어로를 찍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히어로와 가장 대척점에 서있는 사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 앞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조명 아래에서 빛나고 있는데, 왜 굳이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다른 사람을 밝혀주는 '시다바리' 역할이나 하고 있는 걸까. 어린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대학생, 아니 고등학생 때 쯤부터 이런 생각이 깨졌던 것 같다.

TV 프로듀서는 되고 싶다고 그리 쉽게 되는 직업도 아니었다. 카메라맨이라거나 연예인 분장사, 매니저 같은 사람들도 각자의 위치에선 상당한 프로였다. 어디 기술도 없는 멍청한 20대는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었다. 

그들 역시 히어로였다. 히어로의 히어로다. 

'주식회사 히어로즈'가 매력적인 이유는, 판타지스러운 '주식회사 히어로즈'라는 가상의 회사를 통해서 우리 주변에서 빛나고 있는 히어로와 그들을 돕고 있는 히어로의 히어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선은 꽤 실험적인 방식으로 그가 찾아보고자 하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맺혀 있다. 

"맞습니다. 물론, 도조 선생님도 많은 히어로를 만들고 계시지요. 선생님은 만화로 영웅을 그려냅니다. 저희의 업무는 표면에서 싸우는 도조 선생님을 히어로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진정 매력적이라 느끼는 이유는 아마, 그 이야기가 사람을 향해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꽤 매혹적이다. 

2.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문구
'칠 년 동안 흙 속에서 지내고 겨우 일주일의 삶을 산다'는 매미의 심정은 어떠할까.
감동으로 꼼짝 못 하고 있을까, 그 정도는 아니구나 하고 달관하고 있을까. 아니면 빨리 흙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을까. 
'아무런 재미도 없는 인생이었어.'
90년이라는 엄청난 세월을 거쳐온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말했을가. 
나는 할아버지의 나이가 되었을 때, 병원 침대 위에서 주삿바늘을 꽂은 채 대체 어떠한 생각을 할까. 

"만약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면 방법은 딱 한 가지일 겁니다."|
"뭐죠?"
나도 모르게 테이블 위로 몸을 내밀며 물었다.
"멀리 돌아가는 겁니다."

3. '주식회사 히어로즈' 3줄 평 
- 재밌고, 따뜻하고, 독창적이면서도, 기운을 주는 소설이다!
- 가벼운 문장 덕에 잘 읽힌다. 
- 무엇보다 틀에 박히지 않은 신선한 소재로 우리 주변은 인간을 잘 관찰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