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9. 11. 22:53

저자 : 파트릭 모디아노 / 옮긴이 : 권수연 
출판사 : (주)문학동네
초판 1쇄 발행 : 2016년 3월 17일 
전자책 발행 : 2016년 4월 25일 

1. 기억과 망각을 다룬 소설 
내 어릴 적 기억은 5살 때부터다. 엄마와 함께 한라산을 오르고 있었다. 산은 가파랐다. 난 내 신발 밑창 아래에 묻었던 흙이 기억난다. 그 당시엔 한라산에 제대로 된 등반 코스가 없던 것일까? 대체 왜 난 그런 비포장된 산악로를 걷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5살 때. 그리고 기억은 1년 정도 사라졌다가 6살 후반이 되어 다시금 되살아난다.

아마 10살 쯤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엔 나도 5살 때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굳이 기억하고자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기억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난 생각했다. 부모님들처럼 어린 시절을 잊어먹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어렸을 때의 감정을 잘 기억해 뒀다가, 나이 먹어서 어린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소설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는 기억과 망각을 다룬 책이다. 나이 든 소설가 다라간에게 두 남녀가 찾아온다. 그들은 그에게 수수께끼같은 사실을 제시하며, 다라간에게 과거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다라간은 처음엔 과거에 맞서는 것에 저항하지만, 어느 순간 그 스스로가 불청객과는 별개로 자신만의 질문을 찾아 나선다. 다라간은 자신이 과거에 썼던 소설들, 자신이 갖고 있는 사진과 몇 가지 자료를 바탕으로 '아니 아스트랑'이란 인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소설은 끔찍할 정도로 불친절하다. 소설 초반부터 제시된 수수께끼는 소설이 끝나는 시점까지 결코 풀리지 않은 채로 끝없이 새로운 수수께끼를 내며 마무리된다. 대체 다라간은 어떤 과거를 보낸 것일까? 다라간과 아니 아스트랑은 어떤 관계인가? 다라간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들과 어울렸던 것인가? 소설은 단지 어떤 추측만을 남겨둔 채 그림자처럼 아스러진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떤 뚜렷한 서사가 그려지긴 보단, 시처럼 남겨지는 애매함 혹은 생각들이 있다. 

"내가 왜 널 데려가서 즉석 사진을 찍었는지 말해줄까?"
다라간은 그녀가 기꺼운 마음으로 이 화제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고 느꼈다. 해가 지고 있었으니, 어둑발이 그 거실에서의 토로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유는 간단해. 네 부모님이 없는 상황에서, 너를 이탈리아로 데려가려고 했거든. 그러자면 여권이 있어야 했고."

소설 독자평에 '모디아노 소설은 시와 같아서 좋았다'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2.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3줄 평 
- 추리소설처럼 시작해서, 시처럼 끝나는 소설. 
- 망각이란 주제를 소설 전체로 표현하는 듯 했다. 
-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과연 이 책을 다 이해하는 것이 저자가 의도한 바일까?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