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책 이야기(8) - 미녀는 책을 좋아한다?
요즘 상영하고 있는 '미녀와 야수'라는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디즈니에서 만화 애니메이션으로만 나와 있던 것을 실사화 시킨 것이죠. 사실 무척 단순한 영화라서 이 영화로 어떻게 2시간 넘는 상영시간을 채웠을까 궁금했습니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미녀가 야수에게 빠져드는 매커니즘이 애매했던 터라 어떻게 개연성을 확보했을 지도 영화의 주요 관심 포인트였습니다. 솔직히 완벽하게 아름다운 미녀가 야수에게 빠져들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명예? 능력? 외모? 뭐 하나 갖춘 것도 없었고, 심지어 초반에는 성격조차 더러운데... 

영화 초반에는 벨(미녀)이 독서광이었다는 설정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중반부 되면서 아주 그럴싸한 설정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야수의 진면모를 알게 되는 것은 야수가 사실 책을 좀 읽은 양반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였죠. 요즘 같은 세상에 책 읽는 걸로 매력이 느껴질 수 있다는 건 좀 공감이 안되긴 합니다. 사실 미녀는 야수가 매우 키가 크고, 사실은 집안도 좋은 편이며, 나쁜 남자 같은 매력에 반한 건 아니었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도 드네요. 사실 이 정도 스펙이 되는 남자가 책까지 읽었다고 하면 금상첨화죠.

뿐만 아니라, 야수가 미녀에게 빠질만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요. 책을 좋아하고 지적인 면모가 있다는 점? 자기 노력을 통해 성장했다는 점? 좀 드세긴 하지만 내 남자에게는 상냥한 면모를 보이는 츤데레스러운 기질? 그냥 까놓고 얘기해서 미녀는 예쁘잖아요. 예쁘니까 반했겠죠. (라는 건 제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원작 애니메이션에도 야수와 미녀가 책을 좋아했다는 설정이 있던가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영화가 외모 지상주의를 타파하자는 주제를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 실상은 '무엇보다 외모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맞습니다. 외모가 중요합니다! 여러분. 책 읽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그것과 함께 외모를 가꾸세요. 뭐,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튼 엠마 왓슨은 예뻤습니다. 엠마 왓슨도 상당한 독서광에 지적인 미인으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배역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영화 감독이 엠마 왓슨을 캐스팅하기 위해서 일부러 책을 좋아한다는 설정을 집어넣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저런 지적인 미인들이 좋더군요.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