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4. 18. 09:00

저자 : 무라타 사야카 / 옮긴이 : 김석희
출판사 : (주)살림출판사
초판 1쇄 발행 : 2016년 11월 1일 

1. 정상세계 vs 이물질 vs @? 
올해 들어 읽은 수십 권의 소설 중에 손꼽아 인상 깊은 책이었습니다. 일본 소설 하면 어딘지 모르게 재미있고 소재도 특이한데 울림이 적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달랐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고 소재도 흥미롭습니다. 캐릭터도 선명하고 서사도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공감이 가는 신랄한 대사'입니다. 

주인공 '후루쿠라'는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지 못하고, 슬픔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죠. 일반 사이코패스와는 다르게 '쾌감이나 기쁨을 느끼는 마음'도 거의 없어서, 일견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소설 초반, 주인공은 아예 자기 자신을 기계 부품처럼 묘사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나는 아까와 같은 음색으로 큰 소리로 인사하고 바구니를 받아 들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내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으로서의 내가 바로 이날 확실히 탄생한 것이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부분이 공감 갑니다. 다들 이런 생각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나랑 내 친구는 정말 닮았다. 그리고 서로 만나면 만날수록 더 닮아가는 것 같다. 뭐 이런 종류의 생각들이죠.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똥을 만나면 일단 피해라. 똥 주변에 있다 보면, 너 자신도 똥의 향기를 품게 될 것이다. 라는 이야기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닮아가는 게 우리네 습성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소설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적나라하게 묘사해줍니다. 일반인의 시선이 아니라, 감정 없는 사람의 시선으로 이런 얘기들을 다뤄주니 어딘지 나 자신이 발가벗겨진 느낌이 들기도 하죠.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거의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다. 3할은 이즈미 씨, 3할은 스가와라 씨, 2할은 점장, 나머지는 반년 전에 그만둔 사사키 씨와 1년 전까지 알바 팀장이었던 오카자키 군처럼 과거의 다른 사람들한테서 흡수한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말투에 관해서 말하자면, 가까운 사람들의 말투가 나에게 전염되어 지금은 이즈미 씨와 스가와라 씨의 말투를 섞은 것이 내 말투가 되어 있다. 

사회에 속해 있으면서 느끼게 되는 불안감이 어디서 발현되는지도 정교하게 묘사됩니다.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실 전 이런 기계론적 인간관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이런 관점으로 보는 것도 꽤 그럴싸하긴 하지만, 수많은 반례들을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정상세계와 비정상세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독특한 개성을 추구하며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하는 반례 같습니다. (얼마 전에 포스팅했던 '문신'을 좋아하고, 문신을 통해 세상에 반항하며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도 여기 속하죠. 혹은 사회에서 많은 핍박을 받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많은 동성애자들도 그런 예이고요.) 

물론 책에서 이런 부분까지 다뤄서 얘기하려고 하다 보면, 주제가 뒤엉켜버릴 수 있으니 이런 건 없는 게 나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튼, 전 이 책 맘에 들었어요. 

2.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현재 당신이 사용하는 말투는 어디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굳이 퍼센티지를 나눠보자면? 

2) 나이에 맞춰 욕망이 재단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동의하시나요?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부정하려고 애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3)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시라하'와 '후루쿠라(주인공)'의 태도가 대립되는 형태로 그려집니다. 당신은 어느 사람의 태도에 긍정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4) 보통 사람으로서 보통이 아닌 사람들을 비판(비난이 아닌 비판)했던 경험이 있나요? 그런 행동에는 어떠한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3.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책 : 정유정의 '종의 기원' (그러고보니, 한일 양국에서 2016년도에는 사이코패스가 소설계를 장악했었군요. '편의점 인간'이 한국에 출간된 건 2016년 후반이지만 일본에는 그보다 전이라 2016년도 내내 인기였다고 하네요.) 

4. 3줄 요약 
- 감정없는 사람이 말해주는 우리 사는 인간세상의 이면 
- 나라는 존재는 사실 정상세계를 추구하는 인간사회의 부품일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정상세계와 이물질만으로는 설명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 복잡할지도 모르겠네요.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