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국내소설2017. 4. 13. 21:00


책 : 2017 제 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中
저자 : 최은영
출판사 : 문학동네 
초판 발행 : 2017년 4월 7일 
전자책발행 : 2017년 4월 10일 

1. 좋아하는 작가의 책입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생긴 건 이번이 3번 째입니다. 가장 처음 좋아했던 작가는 '박민규'였습니다. 어릴 적에 이상문학상집을 사서 읽곤 했습니다. 2004년도 작품집에 나왔던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를 읽고 느꼈던 독특한 감성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 '카스테라' 등의 소설로 일반 대중에게도 크게 인기를 끌더군요. 두 번째 좋아했던 작가는 '한강'입니다. 마찬가지로 2005년도에 이상문학상으로 나왔던 '몽고반점'(채식주의자의 중편에 해당합니다.)을 읽고 이건 내 작가다, 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디 가서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라고 하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한 것이 한강이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젠 너무 유명해져서 어디 가서 좋아하는 작가라고 함부로 말하지 못합니다. 너무 흔하잖아요? 

최은영이라는 작가는 이제 막 등장한 신인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쇼코의 미소'라는 작품집도 작가 자신의 등단작이 포함된 첫 소설집입니다. 저도 나름 이 책이 출판되고 얼마 안되어서 읽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요. (포스팅했던 것보다 훨씬 전에 읽었습니다.) 그래서 읽고 나서 주변 사람들에게 이 작가 좀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떠들고 다녔습니다. 불과 1달이 지나지 않아서 베스트셀러를 석권하고 2016 올해의 소설로 손꼽혔을 때 왠지 모르게 내가 떠들고 다닌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착각에 빠져보기도 했었죠. 

제가 존경하는 책 블로거인 '정군'의 책 블로그를 찾아갔다가, 최은영의 작품이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사서 읽어보았습니다. 단숨에 읽어 내리면서도 동시에 문장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맑은 샘물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작품집에 있는 최은영의 '그 여름'은 상처받기 쉬운 사랑을 하는 두 레즈비언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이별을 다룬 책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 하나하나를 소중히 다루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자신이 창조한 존재들을 자신의 친구 다루듯 말이죠. 또한 사람과 사람 간에 나누는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와 같이 인상깊으면서도 울림있는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문제 제기를 한 수이에게 코치는 오히려 불쾌해했다. 운동선수가 운동이나 하면 되지 다른 일에 신경을 쓴다는 반응이었다. 그런 소리 할 시간에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남자애들은 원래 다 그런 거고, 짓궂은 장난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건 유치한 일이라고 했다. '짓궂다'는 말이 무슨 듯인지 줄곧 생각해왔다고 수이는 이경에게 말했다.
"비열한 말이라고 생각해. 용인해주는 거야. 그런 말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힐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거야.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니."

이경은 수이가 최소한으로 상처받기를 바랐다. 그래서 수이에게 은지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했고, 그것이 수이를 위한 일이라고 철저히 믿었다. 수이를 속이기로 마음먹은 순간 이경은 자기 자신조차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다. 이경은 자신의 기만이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믿었다. 그 거짓말이 비겁함이 아니라 세심하고 사려 깊은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려라니. 지금의 이경은 생각한다. 배려라니. 그 거짓말은 수이를 위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끝까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욕임이고 위선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때의 이경은 몰랐다. 수이는 그런 식의 싸구려 거짓을 받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사실도. 

이경은 다리 가운데에 스쿠터를 세워두고 다리난간에 기대 하류로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시간으로부터 놓여난 것처럼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던 시절이 생각났다. 왜 우리는 그렇게 오래 강물을 바라보고 있어야 했을까, 서로 가까이 서지도 못한 채로. 

2. 함께 생각해보고 싶은 이야기 
1) 평소에 '소수자' 그룹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차별을 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었던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2) 당신의 첫 사랑은 어떤 장면으로 시작했었고, 어떤 장면으로 끝을 맞이 했었나요? 

3.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 책 :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4. 3줄 요약
- 섬세하게 사람의 내면을 그려주는 글 
- 짧은 중편 속에서도 마치 영화처럼 오버랩 되는 인상깊은 미장셴(장면 구성) 
- 상처 받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착한 소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