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국내소설2017. 5. 6. 23:53

저자 : 구병모 
출판사 :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발행 : 2016년 9월 5일 
전자책 발행 : 2016년 9월 13일 

1. 문과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공지능
회사 사무실, 내 자리에는 아마존 에코(Amazon Echo)가 있다. 아마존 에코란 인공지능 비서 기능을 겸비한 블루투스 스피커다. 기본 기능은 스피커다. 핸드폰으로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음악을 듣는 용도이다. 10W 스피커가 연결되어 있어서 유사한 사양의 스피커와 비슷한 성능을 보유한다. 

아마존 에코가 다른 블루투스 스피커와 차별되는 점은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Alexa)'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알렉사는 2가지 방식으로 내 명령에 대응한다. 질문하거나, 명령하는 것에 대응하는 것이다. 

" Alexa, Who is the first president of United States? " 

라는 질문을 날리거나, 

" Alexa, Turn on the music " 

이라고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아마존 에코가 처음 발표되고 나서 전 세계적으로 큰 돌풍이 불었다. 혁신적인 기계의 출현을 두고, 미래사회의 출현이라고 외쳐대는 기자가 있을 정도였다. 삼성에서는 새로 출시되는 갤럭시8에 뒤늦게(이게 뒤늦게 인지 아니면 이미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빅스비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세계적 기업인 구글에서도 구글홈이라는 유사제품을 준비해서 발표했다. 한국에서 '누구(NUGU)'라던가, '기가지니'같은 유사제품을 만들어낸 것도 아마존 에코가 출현한 것에 대한 반향이었다. 

사실 아마존 에코라던가, 어떤 특정한 인공지능 비서가 등장하는 건 갑작스럽게 등장한 건 아니다. 애플에서 시리(Siri)가 등장할 때 이미 한 차례 지나갔던 폭풍이며, 그 전부터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공부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알렉사가 명령을 받고 대답하는 형식의 인공지능이 엄밀히 말해 진짜 인공지능인지도 잘 모르겠다. 정보를 다채롭게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서 더 나은 대답을 추론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이 가능한 레벨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런 레벨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올 테고, 그런 레벨의 제품들이 세상이 깔릴 때가 되면 언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시끄러워질 거로 생각한다. 물론 그런 기사를 쓰는 대부분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될 즈음이겠지만. 

인공지능은 갈수록 발전하고, 실제 우리 삶에 서서히 침투해 들어오고 있다. 먼 미래 이야기처럼 느껴져도, 당장 우리네 TV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인간에 대해 깊이 있는 시선을 던지는 작가라면 인공지능 플랫폼에 대해선 고민할 필요 있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고민을 해본 소설가가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 놀랐다. 심지어 구병모 작가가 읽어본 책이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였을 줄이야.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SF 소설들이 그러하듯 기계적 세계관이라던가 아포칼립스적인 분위기를 풍겨내지 않고, 철저히 일반 우리네 삶 속으로 침투하고 들어온다. 주연급으로 칠 수 있는 준교, 시호, 세주, 명정 같은 인물들은 SF 세계관에서는 정말 만나기 힘든 내 옆집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소설이 파고드는 탐구의 범위는 거시적이라기보단 미시적이다. 이미 완성체에 가까운 인공지능이 당장 우리 옆에 서 있을 때 인공지능이 바라보는 우리 삶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그 인공지능은 무엇을 느낄 것인지. 그 내밀한 세계를 이과가 아닌 문과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알고리즘이라던가 코딩이라던가 조금도 배우지 않았다는 게 느껴지는 묘사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오히려 신선했다. 

마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처음 읽었을 때, '와, 아이의 시선을 이렇게 활용하다니! 하지만 물론 애들은 이런 생각 안하겠지.'라는 느낌과 비슷하다. '와, 인공지능의 시선을 이렇게 활용하다니!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런 생각 할 리가 없어.'라는 식으로. 

뭐, 여기서 중요한 건 구병모 작가가 현실성 있는 SF 세계관을 그렸냐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가 관찰한 우리네 삶이 더 세밀하게 다가왔느냐가 훨씬 중요할 거로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 책의 단어와 문장들은 정말 아름답다. '올공거리다', '기름 더께', '매조지', '외기', '상궤', '협탁'처럼 생활에 밀착해 있으면서도 쉽게 보기 힘든 단어들이 쓰인 점이 인상 깊었다. 문장에 담긴 저자의 생각도 스며드는 측면이 있다. 

혈연을 비롯한 모든 관계를 한순간에 잘라내는 도구는 예리한 칼날이 아니다. 관계란 물에 적시면 어느 틈에 조직이 풀려 끊어지고 마는 낱장의 휴지에 불과하다. 

P.S. 이건 내 생각인데, 만일 이 책이 흥행에 실패했다면 그건 순전히 책 표지 때문이라 생각한다. 책 표지와 책 내용이 너무 달라서 놀랐다. 완전히 다르다. 정말 기대 이상이다. 

2. '한 스푼의 시간' 관계도 도식으로 정리해보기 

3. '한 스푼의 시간' 3줄 평 
- 적절한 어휘, 아름다운 문장이 인상 깊은 소설 
- '소설가가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를 읽으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답안 
- 불완전하고 여린 20대 청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로봇의 시선으로 대체하여 그려낸 소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