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4. 18. 23:57

아주 어렸을 땐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에 손을 들고 다녔다. 누가 그런 것을 내게 가르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교과서에 그런 행동이 올바른 행동이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어릴 적엔 내가 뭔가 옳다고 여기는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강한 자부심을 갖고 그런 일을 했기 때문에, 손을 들지 않은 채로 길을 건너는 아이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비슷한 양식으로 어릴 때 길가에 쓰레기가 있으면 일단 주워서 주머니에 넣었다. 쓰레기통이 보이면 주머니에 담겨있는 쓰레기를 버리곤 했는데, 그렇게 한 행동들이 내게 어떤 선행으로 기록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길가에 쓰레기를 버리는 친구들이나, 담배를 피우고 버리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한심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들을 향해 대놓고 뭐라 외쳤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땐 그게 내게 절대적으로 올바른 일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완전히 옳은 일이라고 믿었던 것이, 나이가 들면서 퇴색이 되거나 혹은 그 의미가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럼 그 때의 내가 바보같았던 것일까, 아니면 지금 내가 한심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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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