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2. 8. 23:58
온전히 나의 의지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 

한 개인에게 자원이라는 것이 있다면 시간, 건강, 지혜와 경험 그리고 돈이 아닌가 싶다. 내 경우 어린 시절에 시간과 건강은 충분했지만 다른 두 가지는 부족했다. 학창시절에 그리고 사회 초년에 앞선 두 가지를 포기하면서 지혜와 경험을 쌓아온 것 같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간은 언제나 균형잡힌 상태가 되길 바라기 때문에 한 가지가 부족하면 충분한 것으로 그것을 메꿔나가려고 하는 건 아닐까. 돈은 언제나 부족했다. 어린 시절엔 부모님 덕에 그것의 부재를 몰랐지만, 책임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가장 걱정되는 건 돈이었다. 

돈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돈이 있으면 돈이 벌리는 경우가 있지만, 엄청난 시간을 잡아먹고, 건강을 헤친다. 지혜와 경험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되지만, 사실 더 도움이 되는 건 행운이 아닌가 싶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노력을 한다. 시간과 건강을 쏟아붓고 최선을 다한다. 그 중 큰 돈을 버는 건 행운을 잡은 소수이다. 나머지는 적당히 먹고 살 정도를 일구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여튼 돈은 쉽게 벌리지 않는다. 나의 다른 자원들을 더 이상 돈을 위해 쓰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여길 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평생을 두고 개인의 자원을 소모하며 돈을 벌고자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만들어서 돈이 내게 들어올 행운을 만드는 것 뿐이다. 공부하고, 승진하고, 재테크하고, 여러 종류의 사람도 만나보고, 혹은 복권도 사고. 여러 경우의 수가 있으면 하나는 걸려 들지 않겠나. 

근데 그 과정이 모두 다 시간 소모다. 사실 그런 과정을 즐기면서 살아가면 되는 거 아니냐 싶기도 한데, 정말로 시간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 곳에 쓸 수 있으면 정말 쓸데 없는 짓을 하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미국이나 유럽 혹은 동남아에 있는 대학원에 가서 이상한 주제로 연구하고 공부해본다거나, 아예 방에 처박혀서 책보고 영화보면서 놀거나, 그림 잔뜩 그려서 개인 미술 전시회를 열어본다거나, 아니면 몇 년 간 세계 배낭 여행. 좀 바보 같은 짓들. 그런 걸 해보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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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