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국내소설2017. 10. 29. 23:36

저자 : 천운영

출판사 : (주)창비
초판 1쇄 발행 : 2011년 3월 18일 
전자책 발행 : 2013년 3월 15일 

1. 찝찝하고 쌉싸름한 다락방의 향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몇 달 전에 읽었다. 그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공통되게 느낀 것이 있다. 조직의 가장 윗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결코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동물을 잡는 역할을 하던 사람이 백정이라 들었다. 조선시대 백정은 가장 천한 사람이었다. 피를 보는 일이었고, 거친 일이었다. 칼을 쓰는 일이었고, 비명을 듣는 일이었다. 굳이 조선이 아니라 서양에서도 그런 사람들은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이런 사람들은 분명 그 사회를 조직함에 있어 필수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귀하게 취급받지 않는다. 그 시대에도 천하게 여겨지며, 후대에는 더더욱 욕을 먹는 존재들이다. 

소설 <생강>은 다락방이란 이미지를 교묘히 사용한다. 개인적으로 다락방은 참 따뜻한 느낌이다. 예전엔 다락방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도 있었던 것 같다. 또 만화에서도 좋은 이미지로 자주 등장했다. 나도 다락방을 좋아하는 편이다. 할머니네 집에 다락방이 있었다. 창고처럼 쓰이는 곳이었고, 먼지도 자욱했고, 빛도 잘 들지 않아서 곰팡네도 나는 곳이었다. 근데 이런 다락방을 이처럼 어두침침한 혹은 쾌쾌한 이미지로 이용할 줄이야. 

소설의 플롯은 그 어떤 소설보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한 때 이슈가 되었던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의 사례를 바탕으로 가상의 공간과 가상의 인물들을 창조해서 소설로 써내려간 것이다. 작가는 실제로 이근안 씨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던 경험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 본인조차도 이 내용을 증명해준 것은 아니기에, 이 소설의 내용은 이근안 씨와는 같은 듯 완전히 다른 내용일 것이다. 

고문기술자였던 '안'이 사회적으로 고발되고 내쳐진 이후에 자신의 아내가 일하는 미용실 위 다락방에 숨어 몇 년이나 지내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그의 딸과 아내가 겪는 일 그리고 그들의 심리를 묘사하며, 어떤 과정을 겪어왔는지, 그리고 그들을 찾아오는 피해자들과의 관계를 묘사하여 위로(?)의 과정을 그리는 내용이다. 

꽤 어두침침한 과거를 그린 내용이라 어두운 내용이 잔뜩 들어갈 것 같긴 한데, 생각보다 컴컴한 내용은 아니었다. 살면서 가장 어둡고 끔찍한 소설이라 느꼈던 편혜영의 <밤이 지나간다>에 비교하면 오히려 희망과 빛이 살아있는 소설이었다. 아마 소설이 묘사했던 것이 피해자의 시선이 아니라, 가해자의 시선 혹은 제 3자가 끼어들어서 바라보는 시선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조금은 현실감이 사라지고, 게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꽤 재밌는 책이었다. 

2. '생강' 3줄 평 
-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 같은 소설. 
- 스케일이 커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단순한 플롯으로 이런 긴 글을 써내려 간 게 대단해서. 
- 90년대 대학을 다닌 작가였다는 것에 2번째로 놀랐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걸까.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