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국내소설2017. 8. 14. 23:51

저자 : 김중혁 
출판사 : (주)민음사
초판 1쇄 발행 : 2016년 8월 26일 
전자책 발행 : 2016년 11월 29일 

1. 개인적인 감상
사실 난 이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송우영의 스탠드업 코미디 장면이 참 좋았다. 이런 장면은 우주 속에서 사고 홀로 남아 죽음을 기다리는 이일영의 목소리와 섞여서 묘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두 장면은 책 전체에서 점박이처럼 계속 자국을 남기고 있다. 소설의 가장 줄기가 되는 내용은 주인공 송우영이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것이 자신의 이복형인 이일영이라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우주비행사를 위해 쓰여진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전달하는 과정이다. 소설의 주제의식이라던가 인물에 대한 묘사도 이 쪽이 더 자세히 이뤄지고 있긴 한데, 묘하게도 소설 전체에서 정이 가지 않는다. 

2. 인상깊은 문구 
하와가 잘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와가 만약에 사과를 안 따 먹었다고 생각해 봐요. 그러면 우리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계속 하나님한테 얹혀서 살았을 거예요. 신혼집 마련이 힘들어서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데 부모님이 밤마다 "얘들아, 자니? 사과 먹었니?" 이렇게 물어본다고 생각해 봐요. 끔찍하죠? 우리는 하나님이 화를 낸 덕분에 섹스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섹스할 때마다 이렇게 외치는 겁니다. '오 마이 갓!' '하나님, 맙소사!'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을 거예요. 

다음 날 학교에 가서 그 말을 유행시켰어요. 가출해서 뭐 했는지 물어보길래 세세하게 다 얘기해 줬죠. 밤새 술 마신 얘기랑, 클럽 앞에서 여자들과 수다 떤 얘기랑, 밤 기차 타고 바다에 간 얘기랑 전부 해 주고 나서 이렇게 덧붙여 줬습니다. "그래 봤자,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 열심히 얘기를 듣던 애들은 '이거 뭐야, 이 새끼 뭐야, 한참 얘기 잘하다가 갑자기 이게 뭔 소리야?' 이런 표정으로 저를 보더라고요. 허를 찔린 거지. 제 얘기를 들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잠깐 했을 테니까 말이에요. '씨발, 가출해서 재미는 있었겠지만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어.' 녀석들에게 제대로 먹힌 겁니다. 그날부터 우리 반 애들은 얘기 끝에 그 말을 덧붙이게 됐어요. "그래, 그렇긴 한데,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겠어."

3. '나는 농담이다' 3줄 평 
- 김중혁 작가의 소설은 처음 시도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 스탠드업 코미디 장면들 하나하나가 모두 압권이다. 요리 속 통후추처럼 향이 진하다. 
- 이야기 속 인물들의 감정을 대놓고 얘기해주지 않아서 좋았다. 대놓고 얘기했나? 아닌 듯.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