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 옮긴이 : 김태훈 
출판사 :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발행 : 2017년 5월 25일 
전자책 발행 : 2017년 7월 21일 

1. 2가지 대립되는 이미지
이 책에서 대립되는 2 가지 이미지가 있다. 실리콘 밸리 식 문화와 센스메이킹이다. 실리콘 밸리의 문화는 빅데이터, AI, 기술 중심으로 대표되는 이미지이고, 센스메이킹의 문화는 문학, 역사, 맥락, 인간에 대한 이해로 대표되는 이미지다.

실리콘 밸리의 문화에 대해선 책 속에 아래와 같은 문구로 대표적으로 이미지가 그려지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서 유행하는 개념 중 하나는 '마찰없는frictionless'기술이다. 이 기술은 현재 혁신의 기준이 되었다. 마찰 없는 기술이란 생각이나 감정의 형태로 인간적 요소를 입력할 필요 없이 원활하고 직관적으로 작동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때 기술은 현실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중략)
2010년에 당시 구글 대표인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대다수 사람은 구글이 질문에 대답해주기를 원치 않아요...... 그들은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구글이 말해주기를 바랍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인터넷 문화와 서구 문화 그리고 폭넓게는 공적인 삶에 생긴 미묘하고도 주의가 필요한 변화를 반영한다. 

AI 스피커라던가,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정확히 이 이미지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수많은 회사들은 유행처럼 이 트렌드를 따라간다. 기술을 도입하려 하고, 이 기술을 적용해서 고객에게 유용한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데, 정말 그들이 만드는 것이 고객들이 진실로 원했던 것인가? 

아래 문구는 실리콘 밸리의 문화와는 대조적으로, 센스메이킹을 도입하여 슈퍼마켓이라는 공간을 조사한 사례이다.

센스메이킹을 통해 파악한 한 가지 기분은 '저녁의 다급함'이다. 단지 소수의 고객집단만 퇴근 후에 정신없이 물건을 사지 않는다. 모든 조사 대상자가 이런 기분에 따라 물건을 구매했다. 특정한 매장은 이런 기분을 잘 맞춰주는 경험을 제공한다. 저녁 5시가 되면 아이들이 배가 고파진다. 그래서 빨리 저녁거리와 내일 아침거리 몇 가지를 사야 한다. 저녁의 다급함을 느끼는 구매객들은 쉽게 돌아다닐 수 있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예측할 수 있으며 몸에 좋은 저녁거리를 바로 찾을 수 있는 매장을 원한다. 
(중략) 
센스메이킹은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의 연구를 활용해 슈퍼마켓은 요리라는 문화적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무대장치나 무대미술scenography임이 드러났다. 슈퍼마켓은 음식을 연료처럼 대하는 최적화의 체계 대신 이 극장에 맞도록 다른 분위기를 전달해야 했다. 가령 아침에 풍기는 신선한 빵과 커피의 향기는 구매객들을 유혹하고, 음악은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며, 조명은 밝고 활기차야 한다. 저녁에는 분위기가 달라져야 한다. 사람들은 향긋한 냄새와 따듯하고 희미한 조명을 원한다. 계산을 빨리할 수 있게 직원도 추가로 배치해야 한다. 모든 것이 유혹적이고 아늑해 보이도록 청소도 해야 한다. 아침식사용 제품은 치우고 식탁을 장식할 신선한 꽃들로 대체해야 한다. 

첨단 IT기기와 슈퍼마켓이라는 공간이 정확히 일대일로 구분되지는 않겠지만, 하나의 회사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내릴 때 무엇에 근거해서 판단해야 하는지에는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 이런 종류의 책들이 계속 눈에 띤다. '아날로그의 반격' 같은 책도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주류에 맞서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런 반격이 과연 오랫동안 우리를 유지하는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잠시 고개를 들었다 스러지고 말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센스메이킹이 견지하는 바는 일견 인간 vs 기계에 대한 논리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인간으로서 그 양자점에 서있게 되므로 팔이 굽어 인간의 편을 들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런지는 알 수 없다. 

2. '센스메이킹' 3줄 평 
- 최근 불고 있는 빅데이터의 한계를 여러 관점, 지식을 통합하여 보여주는 책. 
- 책 안에 통계나 수치, 법칙 같은 것이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럼에도 '과학적'으로 읽힌다. 
- 인문학으로 대표되는 인간은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다는 식으로도 읽히는데, 언제까지 그 주장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