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8. 9. 23:45
넛지의 행동들 
'넛지'라는 책이 한 때 한국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일부 서점에서는 사회학 서적 분야에선 베스트셀러에 손꼽히는 책이다. 나도 한 번 그 책을 읽어볼까 마음 먹고 리뷰들을 몇 개 골라서 읽어보았다. 그 당시 읽었던 리뷰 중 무려 3개나 번역이 미숙하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그 이유 때문에 난 그 책을 사서 읽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여전히 내가 넛지가 대략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이유는 워낙 넛지를 언급한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넛지에 대해서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예전에 읽었던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어떤 핵심적인 작은 습관 하나로 인해서 다른 여러 개의 행동패턴이 달라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그 책에선 어떤 주제를 말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그 책을 읽고 매일 아침마다 이불을 개거나, 하루 3번 이빨 닦는 게 유용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뭔가 그런 작은 습관 하나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그러고 보면, 내가 2014년 가을에 애플워치를 산 것도 같은 걸로 설명이 된다. 당시에 난 몸무게가 상당했고 살을 빼고 싶었다. 살을 빼고 싶은 동기는 상당한데, 내 자신에게 뭔가 명확한 지표같은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50만원 짜리 이 작은 액세서리는 주변에서 상당한 혹평을 받았다. 나 역시 그닥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살을 빼야겠다는 열망으로 열심히 충전해서 차고 다녔다. 애플워치 덕택인지, 아니면 당시에 다른 요소들이 좋은 영향을 주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난 역대 최고 성적의 다이어트를 성공시켰다. 대략 20키로를 넘게 살을 뺐고,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는 동안 다이어트 성과는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몇 달 뒤 우연히 유리벽에 애플워치 액정을 부딪혀서 깨트린 뒤로는 애플워치를 차지 않게 되었다. 결과는? 서서히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만 결국 다시 10키로 넘게 살이 찌게 되었다. 물론 이 역시도 애플워치 때문인지 아니면 내 주변의 다른 요소들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나 자신의 어떤 행동패턴이 오로지 작은 헬스케어 밴드 하나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비약에 가깝다. 그 당시엔 내 주변에서 내 다이어트를 응원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건강주스도 있었고, 마침 저녁에 일찍 퇴근해서 운동하기 좋은 생활환경 덕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흘러서 돌이켜 보면, 왠지 모르게 그 때 썼던 애플워치 덕분에 내가 살이 빠졌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혹시 이런 게 모든 넛지의 공통점일까? 

이 글을 쓴 이유는? 내가 이번엔 핏빗 차지2를 구입했기 때문에. 혹시나 다시 살을 빼는 쾌거를 이룬다면, 그걸 이번 구매 덕택이라 돌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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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