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7. 8. 12. 23:05
고민 상담 
가끔 친구들이 내게 고민상담을 해올 때가 있다. 대개 연인과의 관계에서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다. 연인의 100일 혹은 1주년 선물로 어떤 걸 하면 좋을지, 연인과 의견 다툼이 있었는데 이럴 때 어떤 식으로 푸는 편이 좋을지, 연인과 헤어지고 싶고 마음도 떠났는데 이럴 땐 어떻게 하는 편이 좋을지에 대한 것들이다. 그럴 땐 사실 답이란게 없다. 어떻게 하라는 말도 사실 별 의미가 없다. 그냥 내가 어떻게 했었는지, 내 주변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했었는지 들려주는 정도가 전부이다. 

연인 이야기가 아니라면 취업이라던가 이직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어떤 식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편이 좋을지, 어떤 시험을 준비하는 편이 좋을지, 어떤 직종이나 어떤 직군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이력서나 자소서 준비는 어떻게 하는 편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런 이야기들은 사실 고민의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런 건 그저 알고 있는 지식들에 대해서 나누기만 해도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어떤 걸 말해주더라도 그건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알고 있는 게 전부인양 말하면, 나중에 가서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경험을 하지만. 

그런 이야기도 아니라면 가족 이야기도 가끔 듣는다.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건 아주 아주 드문 경우다. 그런 얘길 들어본 경험은 거의 없다. 아주 가끔 우연한 기회로 듣는 경우도 있긴 한데, 사실 그런 상황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건 참 어렵다. 나의 경우와 친구의 경우가 다른 경우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럴 땐 함부로 말하기도 어렵다. 내가 안답시고 말하는 것이 친구에겐 쓸데없는 부언이 되거나 혹은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얘기가 아니라면 형제 자매에 대한 이야기 혹은 친척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럴 때도 말하긴 조심스럽다. 친구의 고민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냥 듣고 공감해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느낀다. 

그보다 더 드물게 듣는 고민은 인생의 목표 혹은 철학에 관한 고민이다. 살면서 이런 고민을 나눠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여기서 말하는 인생의 목표 혹은 철학에는 취업에 대한 고민이거나, 혹은 어떤 직업을 가져야 좋을지에 대한 고민과는 괘를 달리한다. '평생에 걸쳐 어떤 세계관, 사고관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그러니,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이다.’ 라는 식의 이야기인데, 사실 누군가에게 이런 얘길 털어놓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듣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나도 살면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들었던 고민인 것 같다. 왜냐면 이런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보면 그 사람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바탕이 되어야 하고,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 등에 대해서도 모두 털어놓아야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자연스럽게 고민의 바탕엔 어릴 때 느꼈던 생각들도 함께 묻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얘기를 친구와 함께 나누다 보면,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이나마 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전까지 내가 친구에게 느꼈던 감정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일도 발생한다. 

솔직히 말해서 난 고민 상담을 하는 게 너무 어렵다. 애초에 잘 들어주고 공감하는 것도 어렵고, 어떤 멋진 정답을 찾아주는 일 자체도 참 힘들다. 가끔 친구들 중에 자소서에 ‘나는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게 장점이다’라고 쓰는 녀석들이 있다. 난 그게 참 신기하고, 놀랍다. '이 친구가 그 정도의 소통력이 있었나? 왜 난 그렇게 못느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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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