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7. 3. 2. 19:25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옮긴이 : 이영미

출판사 : 비채
초판 발행일 : 2014년 8월 8일

1. 하루키에 들어가며, 그리고 책에 들어가며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도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들이 꽤 있는 편이지만, 대부분은 하루키가 쓴 소설에 관심을 둡니다. 저도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어본 '노르웨이의 숲'이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고, 그 외에도 '양을 쫓는 모험', '해변의 카프카', '1Q84'와 같은 장편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으로 하루키의 책들은 뭔가 마약하는 기분으로 읽게 되는데, 이건 하루키의 문체가 실제 그러하기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입니다. 

장편 소설보다는 담담한 느낌으로 읽히는 수필을 많이 읽어본 것 같은데,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슬픈 외국어', '무라카미 라디오', '승리보다 소중한 것'에 이어 이번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 6번째로 읽어보는 것입니다. 

내가 의뢰를 받아 조금씩 일을 시작했을 무렵, 어느 편집자에게서 "무라카미 씨, 처음에는 어느 정도 대충 써나가는 느낌으로 일하는 편이 좋아요. 작가란 원고료를 받으면서 성장해가는 존재니까"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때는 '과연 그럴까'라며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 옛날 원고들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이지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군'하고 납득이 갔습니다. 

책 초반에 쓰여 있는 이런 글들은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위안이 됩니다. 제가 적고 있는 포스팅(다시 쳐다도 보기 싫은 글들)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고 읽히고 있다는 힘에 기반하여 더 나은 글을 쓰게 하는 힘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지요. 

소설가란 많은 것을 관찰하고, 판단은 조금만 내리는 일을 생업으로 삼는 인간입니다 

공감이 갑니다. 좋은 영화도 마찬가지고, 좋은 상사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반대로 판단을 많이 내리고, 조금만 관찰하는 것들은 내게는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어이쿠 이런, 일 년만 더 기다릴걸. 그러면 상을 안 줄 수도 있었는데"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런 자연스러운 유머도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의 매력입니다. 그런 부분은 닮고 싶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실감할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영혼이 있습니다. 시스템에는 그것이 없습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이용하게 놔둬선 안 됩니다. 시스템이 홀로 작동하게 놔둬선 안 됩니다. 시스템이 우리를 만든 게 아닙니다. 우리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예루살렘상을 수상하며, 수상소감으로 발표한 이 글의 일부는 하루키의 시대정신을 보여줍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소설이 곧 출간을 앞에 둔 상황에서 그가 어떤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을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문구입니다. 

영화란 신기하게도 줄거리나 배우 이름은 다 잊어버려도 단 하나의 장면만은 도무지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남을 때가 있다. 

이번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문라이트'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저도 그 영화의 한 장면이 정말 잊히질 않습니다. 푸른 밤. 하늘에서 달이 비치고, 그 달 빛을 받은 흑인 소년이 파랗게 빛나는 모습. 하늘도 소년도 파랬습니다. 

2. 책의 구성
이 잡문집에는 아래와 같은 종류의 주제를 다룬 수필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느끼는 경험에 대한 수필 
각종 수상 소감 및 인사말 
음악(특히 재즈)에 관한 수필 
옴 진리교에 대한 수필 
번역에 관한 수필 
주변 사람들에 관한 수필 

3. 책과 관련된 토론 주제
1)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 영화, 음악 등에는 각각 어떠한 공통점이 있습니까?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콘텐츠들에는 어떠한 공통점이 있었나요?

4. 함께 읽거나 보면 좋을 콘텐츠
영화 - 문라이트 

5. 3줄 요약
- 글에 특별한 멋도 부리지 않았고, 이야기는 충실한 제대로 된 수필 
- 하루키스러움을 가득 요약해놓은 하루키 수필집의 중심 
- 작가가 자기 자신으로 글을 채워놓지 않은 수필.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