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5. 15. 23:29
요즘 '공부'라는 키워드에 관심이 생겼다. 공부라는 게 뭘까? 놀고 있는 게 아니면 그 외의 모든 활동은 공부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네이버 사전에는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명사)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사전에 기술된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사람들은 여러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남들에게 공부했다고 말을 한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도 공부했다고 말하고, 시험 자격증을 준비하면서도 공부했다고 하며, 책을 읽을 때도 공부했다고 하고, 사람들과 특정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면서도 공부했다고 한다. 내 개인적인 관찰로는 가끔 어떤 것들은 전혀 공부같지도 않은 걸 갖고 공부라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그 행동이 어떤 학문이나 기술을 익히는 것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낭비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혹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은 공부한다고 생각하면서, 그저 공부하는 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서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만의 분류라던가 체계 같은 것도 없으면서 그저 남들이 정리해놓은 정보를 많이 읽었다거나 많이 보았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공부라고 여기는 것에서 내가 그렇게 느꼈던 것일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요즘 사회에는 어떤 정보이든 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오지 않는 정보가 없다. 그래서 더더욱 책이 중요하고, 논문과 같은 고급 정보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런 정보 역시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시대이다. 단지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정보를 접속할 수 있고, 그런 행동은 인간보다도 특수한 AI를 통해 빠르게 확인하여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정보든 개별 정보 그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다. 그 정보들이 서로 묶이는 맥락이 항상 중요한데, 그 이유는 그것이 각자 묶여져 있는 정보의 분류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분류 체계라는 건 이미 누군가에 의해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실제로 그렇게 여겨지는 부분도 많지만), 각 개인이 쌓아나가는 지식과 지혜는 모든 개인에게 고유한 분류체계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공유하거나 혹은 강요할 수도 없는 종류의 것이다. 우리가 교과서를 읽을 때에도 그것이 각 챕터 별로 쓰여져 있는 맥락과 분류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것을 익히는 각각의 사람마다 자신만의 분류 체계를 새로이 쌓아올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이 창출된다. 

그래서 난 공부라는 것이 이미 있는 지식들을 재배치하고 새로이 쌓아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혹은 내가 남들에게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타인을 설득해나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공부는 어떤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기 위해, 문제를 관찰하고, 추측하고, 검증하고, 결과를 재배치하는 종류의 공부와는 다른 종류의 것이다. 어찌보면 과거의 것을 현재 정보에 맞춰 새로이 재배치하는 공부인 셈이고, 미래 정보를 쌓아나가는 정보와는 거리가 있다. 밖으로 뻗어나가기보단 안으로 파고드는 공부에 가깝다. 물론 궁금하긴 하다. 과연 밖으로 뻗어나가는 공부를 통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안으로 파고드는 공부 이상으로 다양하고 심도있는 종류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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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