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기타 잡문2018. 4. 4. 23:43
봄 감기에 걸렸다. 3일 전에 친구들과 함께 커피마시면서 야, 이제 아침 저녁으로 기온 차가 장난 아니더라. 감기 걸리지 말자, 라고 웃으며 말했었는데 그 말을 한 직후에 바로 감기에 걸려버렸다. 이불도 잘 덮고 잤고, 창문도 안 열었고, 그렇다고 무리하게 몸을 움직인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저녁 밥 먹으면서 콧물이 훌쩍 거리더니만, 1시간 정도 지나자 콧물이 멈추지 않으면서 목이 간지러워졌다. 책상 한 쪽에 상비약으로 코감기약이 있어서 바로 한 알을 챙겨 먹고 물을 마셨다. 콧물은 멈췄지만, 감기약 기운이 돌면서 어질어질 졸음이 몰려 왔다.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지하철로 1시간 거리인데, 서서 돌아오는 내내 졸면서 무릎이 꺾이곤 했다. 그 상태로 침대에 머리를 코박았는데, 11시 쯤에 잠깐 일어나서 겨우 블로그 글을 썼다. 

새벽 3시 쯤에 잠에서 깼다. 목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코로 호흡하지 못하고 입으로만 숨을 쉬었던 것인지 목구멍이 바싹 마른 것도 모자라서 피가 나는 것 같았다. 바로 부엌에 와서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기어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휴가를 내야하나 걱정했는데, 출근할 때 쯤 되니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허우적 세수를 하고 회사로 갔다. 내 자리에 앉자마자 다시 콧물이 쏟아지려 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감기약을 챙겨먹으니 다시 눈꺼풀이 반쯤 잠겼다. 정신을 딴데 내버려 둔 상태에서 메일을 읽었다. 맡고 있는 일도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어서 읽을 메일도 몇 없는데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아침에 코 푼 휴지가 휴지통에 있는데 내 꼴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퇴근하려 하니, 처리하지 않아서 어설프게 흘러가버린 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진작 신경써서 끝내뒀어야 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서 이제와서 그걸 진행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완전히 손놓고 있으면 결국 아무 것도 안한 꼴이 되는데, 이걸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도 리셋하고, 하루도 리셋하고, 관계도 리셋하고, 죄다 리셋하고 싶은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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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