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국내소설2018. 1. 15. 23:35

저자: 정세랑
출판사: 은행나무
초판 1쇄 발행: 2014년 12월 17일
전자책 발행: 2014년 12월 22일 

1. 작은 초능력과 다정함에 대하여 
<재인, 재욱, 채훈>은 짜임새가 명쾌한 소설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세 주인공은 삼남매인데, 세 주인공의 이야기가 파트 별로 등장하며 사건의 발단-전개-위기-극복으로 이뤄지는 깔끔한 구조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삼남매가 어느 날 형광빛으로 빛나는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면서 발생한다. 형광빛 바지락을 먹은 이후 그들에겐 아주 소소한 초능력이 생겨난다. 삼남매는 각자 멀리 떨어진 공간(중동, 미국, 한국) 세 곳에서 어떤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자신이 가진 아주 사소한 초능력으로 헤쳐나가면서 누군가를 구하게 된다. 

소설의 분위기는 담담하면서도 겸손함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구한다"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함부로 자만하지 않는다. 

세 사람은 각자 자기가 구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게다가 어쩌면 구해지는 쪽은 구조자 쪽인지도 몰라."
재인과 재훈은 재욱이 덧붙인 말을 도움을 준 사람 쪽의 심리적인 보상을 뜻하는 것으로 알아들었지만, 사실 직접적인 의미였다. 재욱과 산제이가 수도에 가 있는 동안 플랜트에서 사고가 있었던 것이다. 용접 중에 감전 사고가 일어나 사람들이 다쳤는데 목숨을 건진 게 다행일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구역은 휴가를 쓰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담당했을 구역이었다. 두 사람이 아이들을 구한 게 아니라 아이들이 두 사람을 구한 걸지도 몰랐다. 어느 쪽 둘이었습니까, 재욱은 가끔 궁금했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소설을 썼던 의도는 꽤 명쾌하다.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다정함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었을지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공간, 다양한 능력,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폭넓게 풀어나가려고 했던 것이 느껴진다. 짧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들의 운신의 폭이 여느 장편 소설 못지않게 아니 더 넓다.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초능력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다룬 소설을 쉽게 찾기 어려웠던 것 같다. 초능력이라고 한다면 언제나 어떤 위대한 성취를 이룬다거나, 이권 다툼이나 탐욕이라는 것이 항상 엉켰던 것 같다. 이 소설에선 내가 그간 생각해왔던 초능력에 대한 사용처를 조금 뒤틀어 본 느낌이 든다. 그 점이 재밌었다.  

2. '재인, 재욱, 채훈' 3줄 평 
- 오밀조밀한 소재로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소설 
- 분량이 짧아서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는데, 꽤 짜임새가 있어서 더욱 좋았다. 
- 내게 초능력이 생기면 그건 어떤 느낌일까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