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외국소설2017. 7. 20. 23:45

저자 : 이디스 워튼 / 옮긴이 : 손영미 
출판사 : (주)문예출판사 
초판 1쇄 발행 : 2007년 9월 21일 (원작 발행 : 1911년) 

1. 누가 잘못한 것인가? 
해설서에 의하면, 작가 이디스 워튼이 자신의 남편인 테디와의 이혼을 앞두며 그녀를 힘들게 만들던남편을 소설 속 인물(지나)로 분하게 만들어 자신의 입장을 검토하고, 여러 인물 간의 도덕성과 함의를 파헤쳤다고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작가 본인은 이선 프롬과 정반대되는 성별인 여성이란 점이다. 자신의 입장과 소설 속 주인공들의 입장을 정반대로 대치시킴을 통해, 그 안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느끼게 될 감정을 관찰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것은 아닐까. 

이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시간에 흐름에 따른 이선 프롬의 아내인 ‘지나’의 병세이다. 

(결혼 전) 건강의 화신 > (결혼 후) 꾀병인지는 알 수 없으나 지독한 병세 > (사고 후) 두 명의 병자를 돌볼 정도로 회복

(해당 부분을 묘사한 소설 부분 발췌- 초반부)
게다가 그녀는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병색이 돌기 시작하더니 아픈 사람 많은 이 동네에서도 유별난 존재가 되었다. 처음 모친을 수발하러 왔을 때 이선은 그녀를 건강의 화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니 그녀가 그처럼 간호에 능숙한 건 바로 자신의 병세를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나 역시 차츰 말수가 줄었다. 

(해당 부분을 묘사한 소설 부분 발췌- 후반부)
“네, 그때부터 지금까지 거기 있었죠. 지나는 그녀와 이선을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고, 지나가 얼마나 아팠던가 생각하면 이건 기적이죠. 그런데 그럴 필요가 생기니까 금방 떨치고 일어나더라고요. 요새도 가끔 의사한테도 가고 아파 누울 때도 있지만, 20년 이상 저 두사람을 돌봐왔어요. 그 사고 전에는 자기 한 몸도 주체 못 하던 사람이.” 

이 책에선 이선 프롬의 아내 ‘지나’가 실제 병을 갖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자신이 남편인 이선 프롬으로부터 정서적 관심을 유도하고 권력적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꾸민 꾀병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답이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소설 후반부에 묘사된 지나의 행동을 통해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나가 어떤 상황이었든간에, 그녀의 병세는 그녀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주인공 이선 프롬과 매티 세 사람이 동시에 불행한 현실로 끌려 들어가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지나만을 비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매티, 이선 두 인물은 단지 사랑의 주인공이란 점에서 비난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소설에선 주로 이 두 인물의 시각으로 서술되는데, 이 때문에 이들이 저지른 바람(?)에 가까운 행각에 대해선 무시하듯 지나친다. 물론 이 역시도 지나의 병세와 남편에 대한 태도가 원인제공을 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은 각각의 인물들을 평가해보면서, 이 사람이 정말 잘못한 것일까? 이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이 사람이 가진 생각은 무엇일까? 그 생각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라는 여러 질문을 해보는 재미가 있다.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책을 읽은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질문을 떠올려 볼 수 있다는 점이 꽤 흥미로운 점이다. 

2. ‘이선 프롬' 3줄 평 
- 죽음이란 건 보통 비극이기 마련인데, 가끔은 살아있다는게 더 끔찍할 때가 있다. 
- 한정된 공간 안에 있는 한정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이보다 생생하고 과감히 그릴 수 있을까. 
- 한 개인의 감정이 다른 개인의 감정과 부딪칠 때,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고민하고 생각하게 하는 소설. 


Posted by 스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