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시, 에세이2018. 1. 23. 23:48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는 떠나가고 누군가는 남겨졌다. 지금까지 제대로 살아왔는지, 어디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궁리하면 어디선가 물결처럼 술렁이며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가늘게 떨고 있는 생의 순간들이 방안 가득 들어 찬다. 아직 마르지 않는 글썽거림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표정을 짓고 있다. 글썽거리는 건 빛나고 축축해서 맘에 든다. 무수한 너와 내가 무수한 나와 너로 밀려왔다 사라진다. 경계의 이편과 저편에서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득한 시간을 포갠다. 밀고 당기고 자빠지고 일어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고 나를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윤곽이 생긴다. 점과 점이 모여 이 세상 모든 선이 되듯, 애초부터 저 혼자가 아니라는 듯, 또는 저 혼자라는 듯,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있는, 그러니 살아라. 나만 그런 게 아니다. 
-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中 - 

비록 그것이 비겁한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비겁함으로서 이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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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케치*